지난 12일 각개전투를 벌이던 야권이 하나로 뭉쳤다. 왼쪽부터 ‘범야권 연석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천호선 정의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정치권이 범야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대선개입 특검에 한정된 ‘원 포인트 연대’지만 향후 지방선거에서의 단일화 논의까지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연석회의가 ‘신야권연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야권 분열은 필패’라는 대명제엔 모두가 공감하고 있긴 하지만 연석회의에 참여한 각 진영의 속내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선거와 특검은 별개”라면서 이번 연석회의 참여가 선거연대를 위한 전초전 성격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안 의원 목소리가 부각되면 그동안 지적을 받았던 정치력은 물론 범야권에서의 입지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인재들도 모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연석회의 참여를 계기로 ‘구인난’을 해결해보겠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또한 그동안 주요 이슈마다 ‘간보기’를 하고 있다는 일부 비난 여론에 대해서 안 의원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도 연석회의 참여를 결심한 이유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안 의원 측과는 확연히 다른 기류다. 연석회의가 내년 지방선거의 모태가 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는 것. 민병두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다 같이 지방선거에 나가면 2, 3등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상상력을 갖고 모여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랜 장외 싸움에 대해 국민들이 피로도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성이 높은 안 의원 세력과 손을 잡아 투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이처럼 다른 셈법을 갖고 있는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연석회의 출범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특검 문제를 정기국회 법안 및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면서 협상에 나서자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안 의원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목표를 관철해선 안 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의원이 특검과 국회 일정 분리 주장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과 안 의원 측 간 ‘불안한 동거’는 의외로 조기에 좌초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