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가희’라고 밝힌 일행 중의 한 명은 “대한민국 최고!”를 연발하며 “오늘은 우리도 장사를 하지 않는 날”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은 22일 밤에는 이곳 1백47개 업소 중 불과 5개 안팎의 업소만이 영업을 했다. 술 몇 잔을 걸치면 “588로! 미아리로!”를 외치던 취객들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8강으로! 4강으로!”를 외치느라 ‘딴 생각’을 못했다는 얘기다. 한 업주는 “한국전이 열리는 날은 손님이 뚝 끊기는 데다 아가씨들도 응원에 여념이 없어서 영업할 생각을 못한다”며 “문을 닫은 게 아니라 개점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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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청량리 588번지 일대는 ‘텅 빈 거리’였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가게를 열고 있다”고 밝힌 한 업주는 “축구경기 때문에 동네가 텅 빈 것은 처음”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손님 발길이 끊긴 가게에는 업주들이 내걸은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몇몇 업소는 아예 가게 입구에 태극기 액자를 붙여놓기도 했다.
축구 열기에 앞장선 것은 이곳 업주들도 다르지 않다. ‘전농2동 자율정화위원회’는 청량리 업주 자치회 성격의 단체. 이 위원회 소속 10여 명의 업주들은 대 이탈리아·스페인 경기 때 경찰관과 나란히 서서 인근 교통정리에 나섰다. 응원 인파가 대책 없이 몰려들자 관할 파출소가 이들에게 “손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몇몇 업주는 직접 자신의 트럭을 몰고 나왔다. 청량리역에 모였다가 구리시·망우동·마석 방면 등 서울시 외곽으로 귀가하는 응원 인파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였다. 운전대를 잡은 업주들 역시 ‘대~한민국’ 응원 구호에 맞춰 클랙슨을 눌러댄 것은 불문가지.
“업소 주변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경우 연락을 받기 위해서 스페인 경기를 (위원회) 사무실에서 혼자 봤다”는 위원회 총무 A씨는 “한국 경기가 열리는 날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부담과 책임감이 크다”며 ‘예상치 못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반도를 붉게 물들인 축구 열기는 홍등가의 빨간 전구를 끄게 하고 ‘거리의 밤꽃’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떨어진 매상 대신 과열된 응원인파의 안전을 염려하는 업주 A씨의 얼굴 역시,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붉은 악마’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