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계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5판 3선승제로 이뤄진 결승에서 시작부터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안 씨가 첫판에서 잡치기 기술을 사용해 먼저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바로 둘째 판에서 장 씨가 같은 기술로 되갚아줬다. 안 씨가 바깥다리 기술을 사용해 셋째 판을 잡으며 다시 앞서나가나 싶었지만 넷째 판에서 장 씨가 뒤집기 기술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금강장사 자리를 놓고 벌이는 마지막 다섯째 판에서 안 씨는 다시금 바깥다리 기술로 장 씨를 제압하고 결국 황소 트로피를 차지했다. 깜짝 스타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와도 같은 짜릿한 경기 결말은 각본에 의한 ‘진짜 드라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둘 사이에 승부조작 혐의가 발견된 것이다.
전주지검은 안 씨와 장 씨에 대해 승부조작 혐의를 확인하고 구속 수사 중이라고 지난 18일 전했다. 검찰은 이들 사이에서 우승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1000만 원의 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씨는 자신의 친척 계좌를 통해 안 씨로부터 우승 상금 중 일부를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씨름에서의 승부조작 혐의가 발견되자 대한씨름협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박승한 대한씨름협회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지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지만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영구 제명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혐의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승부조작에 대한씨름협회의 간부까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전주지검이 안 씨를 조사하던 중 “한 아무개 대한 씨름협회 총무이사가 승부조작에 개입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 그러나 한 이사는 승부조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한 이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이에 대해 대한씨름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 이사가 현재는 대한씨름협회 임원이 맞다. 하지만 협회 임원에 임명된 시점은 올해 2월이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1월 당시에는 대한씨름협회 임원이 아니라 전북씨름협회 전무였다”며 “자칫 시도지부가 아닌 중앙단체인 대한씨름협회까지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보일까봐 우려된다”고 해명했다.
이번 씨름 승부조작 사건은 아직까진 불법 스포츠 도박과의 연루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안 씨가 장사 타이틀을 따게 되면 연봉협상에서 몸값이 뛸 것이라는 점을 노리고 승부조작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설 장사 씨름대회 금강장사 우승 상금이 2000만 원이었는데 장 씨에게 그 절반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보면, 그들이 사설 스포츠 도박과 연관돼 다른 돈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씨름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씨름도 스포츠토토 종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포츠토토 베팅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사설 스포츠 도박에서 씨름 종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실 선수들끼리 돈거래가 아니더라도 씨름계에서는 같은 팀 소속의 선수들이 맞붙으면 체력 안배 차원에서 ‘봐주기 경기’가 있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문제가 돼 씨름계 원로들을 비롯해 경기감독위원회 위원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봐주기 승부를 감시하고,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그런 승부를 하지 말라고 교육시켜왔다. 씨름의 재부흥을 위해 그런 노력을 펼치고 있는 와중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승부조작이 벌어진 지난해 1월 설 장사 씨름대회에서 안 씨는 장 씨와의 결승전에 앞서 8강에서 맞붙은 이 아무개 씨(28)와도 승부조작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검은 이 씨가 안 씨에게 져주는 조건으로 100만 원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소환 조사했다. 이처럼 승부조작과 관련된 혐의가 여러 곳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승부조작이 과연 어느 선까지 연관되어 있을지 씨름계가 긴장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