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개인만… 한국 정부도…
순식간에 전 세계에 자신의 섹스 동영상이 퍼진 막스 모슬리는 <뉴스오브더월드>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였고 영국의 법원은 막스 모슬리에 대한 몰카 동영상과 사진이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언론사에게 6만 파운드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막스 모슬리의 승소로 막을 내리는 듯했던 이 섹스 스캔들은 지난해 9월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구글에 자신의 동영상과 사진의 검색 필터링을 요구했던 막스 모슬리가 이를 번번이 거절당하자 구글을 상대로 정식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문제가 된 동영상과 사진의 복사본 혹은 유사본을 자동으로 검색하여 지우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구글을 상대로 막스 모슬리가 챙취하려 하는 것은 일명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이다. 현재 막스 모슬리와 구글의 소송 전쟁은 유럽의 각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하려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권리는 사용자가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해당 사이트에서 한꺼번에 지워 달라고 요청하면 해당 사이트 관리자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말 그대로 자신과 관련된 게시물이나 정보가 더 이상 검색되거나 노출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그것이 잊혀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 비해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경향이 더 강한 EU는 2012년 1월 25일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입법화했다. 이 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EU집행위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안 발효를 2014년까지 현실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잊혀질 권리’에 관한 법안 발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2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나 ‘게시한 자’가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자신의 저작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이를 요청받은 업체는 확인 절차를 거쳐 즉시 삭제를 이행토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그 주체를 ‘개인’으로 한정한 유럽과 달리 지난 2월 이노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정부까지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은 이 법안의 맹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변호사는 “유럽의 경우 법안이 발의됐던 2012년 이전부터 ‘잊혀질 권리’에 관한 논의가 있어왔다”며 “EU의 ‘잊혀질 권리’가 개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이노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잊혀질 권리’는 개인, 국가, 기업이 자신의 저작권을 삭제·관리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환 변호사는 “결국 ‘잊혀질 권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법안이다. 프라이버시는 개인에 한정돼야지 법인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 국가의 정보는 공개의 대상이지 삭제의 대상은 아니다”라며 “성급한 법안 발의보다는 충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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