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의원(왼쪽), 김무성 의원.
여권에 말이 바뀐 이는 또 있다. 5선인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26일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며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한 굴욕적 발언을 대한민국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회의록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 측은 “정문헌 의원이 말해 준 내용과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한 NLL 문제 발언을 종합해 문건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13일 검찰 조사에서 김 의원은 “찌라시, 일종의 그런 것인데 그것을 밑에 사람들이 내용을 파악해서 거의 사실인 것 같다라는 보고서 형태의 문건”이 출처라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께 구두보고 했다”던 정문헌 의원은 “언론에 나온 부분이 맞느냐고 확인을 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이 맞다고만 말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처럼 두 의원이 수시로 말을 바꾼 데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문헌 의원이 기자들 앞에서 취득이라는 단어 대신 ‘지득’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쓴 것이나 김무성 의원의 ‘찌라시’를 출처로 말한 것은 ‘비밀 기록물에 접근, 열람했던 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제47조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청와대나 국정원 또는 제3의 인물이 대선 전 대화록을 유출했다는 의혹은 남는다.
NLL 대화록 정쟁에서 말 바꾸기는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NLL 회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되지 않아 사초폐기 논란에 휩싸였을 때 수시로 말을 바꿔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재정 전 장관(왼쪽), 김만복 전 국정원장.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회담 당시 두 정상은 NLL에 관해 심도 깊게 논의했고 국정원에서 녹취록과 대화록 전문을 갖고 있었음이 금세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재정 전 장관은 지난 7월 “당초 NLL 논의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막고 새누리당에 공격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며 한 발 물러났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역시 말이 바꿨다. 지난 6월 김만복 전 원장은 “국정원 녹취록은 내 지시 없이 몰래 작성된 것으로 보안 누설과 항명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국정원의 한 실무책임자가 “2008년 1월 생산 원본을 추인한 원장님의 친필 서명이 남아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자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문재인 의원 역시 논란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기도 했던 문재인 의원은 “여야가 합의해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 원본을 확인해 NLL 논란을 끝내자”고 최초로 제안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은 이관되지 않았고 이후 검찰은 봉하마을에 복제돼 있던 이지원 시스템에서 대화록 수정본(최종본)을 발견했다. 문재인 의원이 “내용을 알아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사이 김경수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한 일부 친노계 의원들은 “왜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훼손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7월 “제가 몰랐던 귀책사유가 있다면 비난을 달게 받고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던 문재인 의원은 11월 6일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와 “대화록은 멀쩡하게 잘 있다.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겉모습은 당당했지만 현재 문 의원 측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것에 관해 관리책임자로서 사과해야 할지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