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이어 맨유’ 김보경의 EPL 데뷔골로 카디프시티 맨체스터 킬러 등극

[일요신문]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실력과 돈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프로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은 단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였을 것이다. 박지성이 떠난 뒤에도 많은 국내 팬들은 맨유를 응원했다. 그렇지만 이제 바뀌었다. 맨유가 비교적 약팀과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며 선두권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아쉬운 순간, 생중계를 보던 국내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골의 주인공이 바로 김보경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후계자가 박지성의 뛰었던 맨유에게 치명적 한 방을 날린 셈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 웨일즈를 대표하는 코리안리거는 단연 기성용이었다. 스완지 시티의 기성용이 선던랜드로 임대 이적하고 스완지의 웨일즈 라이벌 카디프 시티가 EPL에 승격해면서 카디프 시티의 김보경이 이제 웨일즈를 대표하는 코리안리거가 됐다. 김보경이 맨유를 상대로 경기 종료 직전 결정타를 날리자 웨일즈는 김보경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중계 화면 캡쳐

그만큼 값진 골이었다. 2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에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EPL 12라운드 카디프 시티와 맨유의 경기가 2대 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동점이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원정팀인 맨유가 보다 좋은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강등을 피하는 것이 지상 과제인 카디프 시티와 우승이 목적인 맨유의 경기임을 감안하면 맨유 입장에서 훨씬 잃은 게 많은 경기다. 카디프 시티 입장에선 승점 1점도 소중하지만 맨유 입장에선 날아간 승점 2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1대 2로 뒤지고 있는 경기 종료 직전 상황에서 터진 김보경의 헤딩 동점슛은 값졌다.

교체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김보경은 후반 32분 조던 머치를 대신해 경기에 교체 투입됐다. 김보경이 투입된 뒤 경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기였지만 김보경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후반 추가 시간, 김보경은 피터 위팅엄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정확한 헤eld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집어넣었다.

이골은 맨체스터 시티를 잡은 카디프 시티가 맨유까지 무승부로 묶어 두는 데 성공한 값진 곳이었다. 이로써 웨일즈의 카디프 시티는 맨체스터 연고 팀들의 확실한 저승사자가 됐다. 김보경 입장에선 EPL 데뷔 골이라는 부분에서 의미가 크다.

이로써 카디프시티는 3승 4무 5패, 승점 13으로 리그 15위로 강등권(18위)과의 승점차를 3점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맨유는 6승 3무 3패, 승점 21로 리그 6위에 머물렀다. 선두 아스널과의 승점 차는 7점이나 된다.

신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