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하겠다” “덕분에 추가징역” 성폭력 범죄자, 피해자에 협박편지

[일요신문] 성폭력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피해자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내 추가로 징역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협박성 편지를 보내 추가 기소됐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강도강간범 김 아무개 씨(48)를 보복범죄 혐의로 29일 기소했다.

경북에 사는 A 씨(여·34)는 지난 2012년 10월 한 교도소에서 온 편지를 한 통 받고 기겁을 했다. 발신자 이름에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던 김 씨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9월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던 A 씨에게 “집을 소개해 달라”며 접근해 함께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빈 빌라에 들어가자 김 씨는 A 씨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했고, A 씨가 반항하자 그의 승용차를 빼앗아 달아났다.

A 씨 남편의 신고로 범행 10여일 만에 붙잡힌 김 씨는 이듬해 4월에 다른 강도강간죄를 포함해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 씨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2011년 12월에 A 씨에게 첫 번째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나를 강도강간상해범으로 만들었으니 감옥에서 저주하겠다. 난 평생 감옥에 있지 않는다. 꼭 살아나가 얽히고설킨 원한의 실타래를 풀겠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살얼음판을 걸어가듯 살아야 하겠지’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A 씨 부부는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했고, 김 씨는 복역 중 특가법상 보복범죄 등 혐의로 기소돼 2012년 10월 징역 6년 형량이 추가됐다.

그러나 김 씨는 형이 추가됐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형이 확정된 지 4일 만인 2012년 10월 29일 A 씨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이번 편지에는 ‘덕분에 추가 징역을 아주 잘 받았습니다. 보복 협박했다는 죄목으로…’라는 내용이 붉은색 형광펜으로 쓰여져 있었다.

A 씨는 다시 겁을 먹었다. 겉보기에는 고맙다는 말처럼 보이지만 반어법으로 또다시 협박을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A 씨 부부는 김 씨의 협박 편지를 받은 후 문에 잠금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고 몽둥이를 옆에 두고서 잠자리에 들었으며, 이사와 개명까지 준비할 정도로 불안감에 시달렸다.

결국 A 씨는 이 사실을 범죄자피해신고센터에 알렸고, 센터 측은 다시 검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들어간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검찰시민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맙다’는 말도 피해자에게는 협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보복범죄 혐의로 김 씨를 기소했다.

민웅기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