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858기 폭파 사건이 있고 나서 희생자 유가족 중 몇몇은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먼저 ‘김현희 KAL기 사건 희생자가족 진상규명대책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차옥정씨가 87년 12월에 받은 전화. 차씨의 동생과 평소 절친하게 알고 지내는 외국주재 한 영사가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는 것.
“비행기는 폭파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외국에 나가 있다고 생각하고 3~4년만 기다리십시오. (비행기가 발견될 곳이) 바다는 아닙니다. 그래도 바다로 발표될 것입니다.”
차씨의 남편은 KAL 858기의 기장이었던 박명규씨. 차씨는 전화를 받고 나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남편이 곧 돌아올 것”이라는 말만은 믿고 싶었다. 가족들의 모임 이름을 ‘유가족’이 아닌 ‘실종자’나 ‘희생자’로 붙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
하지만 전화를 했던 영사는 88년 초에 귀국을 한 뒤 차씨 가족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실종’이라고 믿고 있다.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다.” 차씨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또 다른 전화는 현대건설 전무로 재직하던 남편 김덕봉씨를 잃은 임옥순씨가 받은 전화. 임씨는 88년 봄 무렵 ‘이명박 사장님 비서’라고 밝힌 한 남자가 집으로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화에서 “뭔가 보상을 하고 싶은데 바라는 게 있으면 세 가지만 얘기해 보라”고 말했다.
이에 임씨는 “이명박 회장님이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으면 벌써 얘기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남편이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 등을 던진 뒤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측에서는 이 같은 전화를 한 일이 없는 것으로 나중에야 밝혀졌다.
임씨는 “이명박 회장을 사장으로 호칭하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예전 호칭이 습관이 돼서 그런 줄 알았다”며 “나중에 주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가족들 동태를 살피기 위해 안기부에서 한 전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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