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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업씨. | ||
현재까지 알려진 문제 괴자금의 규모는 2천만∼3천만달러. 한화로 치면 3백억∼4백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이다. 과연 이 괴자금의 실체는 무엇일까. 또 괴자금이 홍업씨 주변 인물의 계좌에서 발견된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은 이 괴자금의 흐름과 관련해 사채업자와 외국계 금융관계자, 정부 고위관계자 등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이중 일부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을 추적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추적하는 계좌에서 현금으로 빠져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관련자의 진술 없이는 확인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김홍업씨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수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대검 중수부 박만 수사기획관이 얼마 전 기자들에게 꺼냈던 말이다. 검찰 수사팀이 홍업씨 주변 인물의 자금세탁 과정을 밝히는 계좌추적 작업에 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계좌추적 전문가들의 수사과정을 접한 검찰의 한 관계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역시 전문가들이다. 정말 놀랍다. 한 계좌에서 거액의 돈 뭉치가 빠져나가면 전 금융기관으로부터 그 시기를 전후해서 비슷한 액수로 입금된 내역을 받아서 찾아낸다. 거액인 만큼 현금으로 들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고, 결국 어딘가로 다시 입금하지 않겠는가. 비슷한 규모로 입금된 것이 수천, 수만 건이 되지만 그들은 어떻게 아는지 단서를 집어내고, 추가 확인해보면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현재 수사팀에는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직원 8∼9명이 파견돼 있다. 최근 검찰이 발견한 ‘괴자금 계좌’는 바로 이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수사 초기 검찰이 수사방향을 잡았던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계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업씨 주변 인물들이 일부 기업들로부터 이권청탁 대가로 받은 자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계좌를 추적하던 검찰 앞에 대선자금 등과 관련 있는 뜻밖의 계좌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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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에 또 한 번 초대형 태풍이 몰아칠까. 최근 검찰이 김홍업씨 주변 인물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거액의 뭉칫돈 을 발견해 그 실체에 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
하지만 취재결과 검찰이 이와 관련, 수사대상에 올려놓은 인물들이 지금까지 홍업씨 수사과정에서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괴자금에 얽힌 새 인물들의 등장은 괴자금의 성격 자체가 예사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를 오가면서 일련의 자금세탁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채업자 K씨와 정부 고위기관장 L씨 등이 바로 검찰의 수사대상자로 오른 것으로 전해진 새 인물들. 검찰 주변에서는 이들 관련자들이 이미 한두 차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이에 대해 “K씨와 L씨 등이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들이 아직까지 조사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환조사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L씨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소환조사는 고사하고 그와 비슷한 이야기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K씨의 한 측근은 “K씨가 최근 두 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이어 “검찰은 아직까지 계좌의 성격과 자금의 흐름에 대해 대략적인 윤곽만 잡고 있을 뿐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K씨도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검찰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문제의 괴자금이 들어있는 계좌의 실체는 무엇일까. K씨의 측근은 이와 관련,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전했다.
“검찰이 추적하고 있는 계좌는 외국계 금융기관 M사의 계좌다. 홍업씨의 측근인 김성환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안다. 국내에서 외국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일본계 미국기업 P사의 금융관련 자회사와 M사를 거치면서 자금세탁을 끝마쳤고, 그 자금이 다시 M사를 통해 국내 모 업체로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이 측근은 “이 과정에 최규선씨도 일정한 역할을 했으며, 자금의 원천은 국내 최고 권력자들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K씨의 측근이 전한 이야기가 사실과 전혀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그 진위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만일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권력층의 ‘비자금’의 실체와 함께 국내외 자금세탁 경로까지 밝혀지는 것으로 이에 따른 파문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국내에서만 세탁된 자금의 출처와 성격을 밝혀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국내외를 오가면서 세탁된 자금이라면 얼마나 어렵겠느냐”면서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추적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만일 실체가 확인되더라도 그 파장을 고려한다면 검찰의 수사결과는 그리 기대할 만한 수준은 못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게이트’가 터질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느니 ‘공룡의 꼬리’라느니 하는 것들이다. 대형사건일수록 권력에 가까운 인사들이 관련돼있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찰 밖으로 흘러나온 일부 사실은 최고 권력자들의 ‘숨겨진 비자금’의 ‘꼬리’나 ‘빙산의 일각’으로 비유,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검찰의 수사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빙산의 일각’이나 ‘공룡의 꼬리’밖에 밝혀내지 못한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번 ‘괴자금 계좌’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또다시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그 실체를 철저히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