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쏭달쏭 울산 현대 행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울산 김호곤 감독이 2009시즌부터 5년 간 잡아왔던 지휘봉을 결국 내려놓았다. “준우승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게 사퇴의 변이었다.
울산 김호곤 감독이 우승 실패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했다. 연합뉴스
더욱이 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적어도 할 몫은 다했다는 분석이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꾸준한 결실을 맺었다. 성적으로는 트집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울산 구단에서는 한동안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과거 이 구단을 거친 대부분의 감독들이 연간 단위로 계약 연장을 해왔다는 전례를 들어가며 차일피일 결론을 내는 것을 미뤘다. 김 감독은 작년에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우수한 성적표를 챙겨왔음에도 울산은 오롯이 그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계약기간을 놓고 이견이 컸다. 김 감독은 최소 2년 이상을 희망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개편해야 했고 전력 보강을 통해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맞는 말이다. 다음 시즌까지 내다보고 착실히 준비해 나가려면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는 게 옳다.
울산은 작년 재계약 협상을 하며 김 감독과 2년 계약을 구두 약속했다. 그러다 돌연 1+1(년) 계약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구단과 의견 조율이 잘못된 것 같다”고 했지만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다. 당시 구단 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감독이 다년 계약을 하게 되면 자칫 나태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김 감독은 1년 계약을 했다.
김 감독은 자존심을 지켰다. 당연히 울산의 선택은 문제가 있었다. 지난여름부터 감독 교체설이 파다했다. 몇몇 축구인들이 가뜩이나 말 많은 축구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구단 직원들은 물론, 선수들도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새 감독이 부임할 수도 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치열한 레이스에서 선수단이 자칫 동요되고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울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록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시즌 말미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이라는 상당히 큰 성과를 냈을 때조차 요지부동이었다. 정규리그 준우승은 오히려 ‘성적’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계기였다.
울산은 포항과의 최종 라운드에서 0-1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이러한 울산의 사례는 부산 아이파크나 포항 스틸러스의 경우와는 크게 달랐다. 부산은 스플릿 시스템 라운드 상위리그(1~7위)에 진입한 공로를 모두 인정하고 윤성효 감독과 2년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포항도 난항은 겪었지만 역시 황선홍 감독과 2년을 더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부산도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작년 윤 감독을 모셔오며 1+1(년) 계약을 했다. 그런데 시즌이 진행되고,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자 10월 무렵,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김 감독의 처우를 접했던 많은 구단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구단이 감독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 어떻게 선수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것인지 궁금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공교롭게도 포항과 부산은 올 시즌 말미 울산의 승승장구 행보를 가로막은 팀들이다. 얽히고 꼬인 운명이다. 하지만 울산의 선택은 이미 내려졌다.
# 도시민구단, 입맛대로 교체
도시민구단은 더 하다. 끊임없는 윗선의 입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시민구단들의 ‘입맛대로’ 방식은 정말 상식을 파괴한다. 특히 감독이나 코치들에 대한 예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든 쉽게 갈아 끼울 수 있는 소모품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잦다.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지나치게 자주 얼굴이 바뀌었다.
대부분 도시민구단들이 지역 사회, 또 지역 정치의 한계를 통 벗어나지 못한다. ‘시민’과 ‘도민’의 틀에 갇혀서 멀리 내다보지 않는다. 아니, 볼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옳다. 지역 정치권과 지역 축구인들의 눈치를 계속 살펴야 한다. 그러다보니 감독은 물론, 코치까지 한 명 영입하려면 여기저기서 자천타천 수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그 중 누군가를 낙점하면 반대파의 비난이 거세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 된다. 실제로 지방 모 도시민구단도 이미 2013시즌을 책임진 A 감독을 대신해 지역 축구인들의 추천으로 B 감독을 내정했는데, B 감독의 부임을 반대하는 또 다른 세력의 반응이 두려워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