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위 왼쪽), 박관용 국회의장(위 오른쪽), 가운데 왼쪽은 윤세영 SBS 회장(현 구룡회 회장), 오른쪽은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아래 왼쪽은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작고), 가운데는 신영균 한나라당 의원, 오른쪽은 이용만 전 재무장관 | ||
지난해 7월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작고한 후 그가 깊은 연관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사교모임인 ‘구룡회’가 잠깐 동안 세인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모임의 회원신상 등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항간에는 구룡회가 재벌총수들의 비밀 사교모임이라느니, 잘 나가는 재벌 2세들의 사교클럽이라느니 하는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결과 ‘구룡회’는 현재 정계와 재계, 언론계 등에서 활동중인 사회 저명 인사들이 모여 만든 사교모임이었다. 현재 회원은 8명. 원래는 9명이었다가 지난해 7월 박정구 금호 회장이 암으로 별세하면서 회원이 줄었다. ‘구룡회’라는 명칭은 한자로 ‘久龍會’. ‘용처럼 함께 오래 살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는 게 이 모임 관계자의 전언이다.
구룡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지난 1993년. 이 모임은 결성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았다. 구룡회 관계자는 “사적인 모임이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았다”고 말한다.
당초 이 모임은 고려대 언론대학원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처음 결성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성 당시 광고회사인 코래드 김명하 회장(66·현 아시아컴 및 김앤리 커뮤니케이션즈 회장)과 SBS프로덕션 신영균 사장(76·현 한나라당 의원) 등 두 사람은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1기 최고위 언론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95년 이 대학원을 졸업한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59)도 구룡회 멤버가 됐다. 여기에 당시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69·현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현재 고려대 언론대학원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윤세영 SBS 회장(68) 등도 참여했다.
이어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이용만 현 자민련 상임고문(71)도 구룡회 멤버로 참여했다. 이 고문은 현재 고려대 교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언론대학원 출신은 아니지만 구룡회 멤버가 된 사회 유명인사도 있다.
지난 93년 2월부터 94년 1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박관용 현 국회의장(66)과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57) 등이 그들. 구룡회 멤버로서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구룡회가 결성된 초기에는 이름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 구룡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명하 회장은 “지금의 회원들은 처음에 알음알음으로 만났다. 그런데 그냥 만나기 뭐해서 ‘우리 오래 살자’는 뜻에서 구룡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모임의 회장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현재 구룡회 회장은 윤세영 SBS 회장.
구룡회는 회원간 친목 도모를 위한 사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용만 전 재무장관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자주 나간다”며 “우리 모임은 주로 골프 치고, 외국여행도 다니지만, 유명 강사들을 모셔놓고 강의를 듣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원로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83)의 강의를 들었다는 것. 1년에 한두 차례는 부부 동반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제주도와 남해 일대 등 국내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또 결혼이나 장례식 등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기도 한다.
구룡회 모임 날짜와 장소는 일정치 않다. 총무인 김명하 회장은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두 달에 한 번 정도 모인다”며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는 서로 바빠서 전혀 못만났고 올 들어서는 단 한 차례 모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모임 날짜와 장소는 주로 총무를 맡고 있는 김명하 회장이 정하고 있다. 모임의 장소는 박정구 회장 생전에는 박 회장의 지인 집에서 자주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세검정에 있는 옛 흥선대원군 별장에서도 몇 차례 모임을 가졌다. 또 김병관 전 회장의 자택에서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바쁜 일정 때문에 최근에는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박 의장의 최측근은 “(지난해 7월) 국회의장이 되신 다음에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균 의원은 “요즘은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한다”며 “두 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데 대체로 참석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구룡회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멤버는 김병관 전 회장과 이용만 전 장관, 김명하 회장 등이며,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도 생전에는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은 지난 1998년 그룹이 부도난 다음에도 구룡회 모임만큼은 꼭 참석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