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방안은 취임식 하루 전인 12일 밤 부랴부랴 만들어졌다. 오세완 서울지검 총무과장은 “취임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직원 참석을 유도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전날 밤 ‘잔류자 통보서’를 만들자는 얘기를 내가 꺼냈다”고 말했다.
오 과장의 아이디어는 이튿날인 13일 아침 공문으로 만들어졌다. 공문 내용은 ‘잔류자 명단에 올라 있지 않은 직원이 합당한 이유 없이 취임식에 불참할 경우 이를 근무평정에 반영하고 벌칙으로 일일 당직 근무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서울지검이 지검장 취임식 불참자 명단을 파악한 것은 물론, 이를 ‘근무평정 반영’ ‘징계 당직 근무’ 등을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 공문은 곧바로 총무국장을 거쳐 김회선 1차장 검사의 전결을 마쳤다. 총무과는 김 차장 검사의 사인을 마친 공문을 잔류자 통보서 양식과 함께 각 사무실의 문서함에 꽂아두었다.
하지만 이 공문이 문서함에 꽂힌 당시에는 이미 취임식이 시작되는 11시20분이 거의 다가온 시각.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 공문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당연히 잔류자 명단을 보고한 사무실도 드물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취임식이 시작된 13일 오전 11시20분 무렵, 총무과 총무계 직원 A씨는 청사 내 검사실을 일일이 돌았다. 그의 손에는 ‘행사불참자 적발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서가 들려 있었다. A씨는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각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들을 ‘적발’하고 불참 사유를 파악했다.
오세완 과장은 “총무계 직원들이 행사 불참자 명단을 작성한다는 보고를 취임식 행사장에서 받았다”며 “불참자 명단까지 작성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나도 모르게 조사를 진행해 즉시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총무계장 B씨 역시 “불참자를 조사하다가 오 과장이 중단 지시를 해 도중에 그만 두었다”며 “실제로 ‘행사불참자 적발 보고서’에 오른 불참자 이름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적발’과 ‘통보’가 진행되면서 당황한 것은 지청 내 검사실과 민원실 직원들.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한 검사는 “민원인들이 취임식 시간을 피해 오는 것도 아니고, 조사 일정은 빠듯하게 잡혀 있는데 잠깐이긴 하지만 취임식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률적인 ‘불참자 적발’이라는 식의 행정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부장검사는 “만약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바보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보다 국민에 대한 봉사가 우선이다”며 “오히려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일을 한 직원이 있다면 벌보다 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이 같은 조사는 인사철 무렵에 이뤄진 것이어서 직원들은 더욱 민감한 반응이다. 또 다른 검사실의 한 계장은 “조만간 검사실 여직원들까지 모두 자리 이동을 하게 될 텐데 불참자를 적발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권위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검 행사에 직원들이 당연히 참석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보면 이런 권위적인 발상으로 인해 검찰조직이 비난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의 한 간부급 인사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신임 지검장이 취임하는 자리에 직원들이 많이 참석해야 모양새가 좋은 것 아니냐”며 “총무과 직원들이 검찰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행사 준비에 더욱 신경을 쓴 것 같은데 결국은 그 방법 때문에 구설에 오르고 말았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오세완 총무과장은 “어찌됐건 이 같은 방법으로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행사에 불참했다고 해서 인사 고과에 반영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직원은 전체 직원 9백30여 명 중 5백 명 남짓으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게 지검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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