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이후 검사들 내부에서는 세대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 다. 지난 11일 대검찰청 직원들. 임준선 기자 | ||
하지만 이들 간부의 고뇌를 바라보는 평검사들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인다. 먼저 대통령-평검사 토론회를 이끈 사시 31회가 그렇다. 31회의 한 검사는 “솔직히 말해 썩 달갑지는 않은 인사”라며 “그렇다고 더 이상 따져 묻기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검사는 “모두 공감할 순 없지만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한 조치는 적절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대통령 토론회에서 밝힌 ‘선(先) 체계구축 후(後) 인사’를 상기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평검사회의가 활성화된 것이 큰 수확이며 인사위원회 개편은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평검사는 현재 공식적인 모든 모임을 중단하고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지검 수석 평검사들도 10일 회의를 소집해 김각영 검찰총장 사퇴에 따른 후속인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었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회의를 연기했다.
대검의 한 평검사는 “송광수 검찰총장 인사가 모든 면에서 원만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 각론이 있긴 하지만 두드러진 불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평검사간 토론회 이후 평검사 내부 기류는 “이제 그만 본업에 충실하자”는 것. 한 경북지역 지청의 평검사는 “평검사들 중에는 인사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맡은 수사에만 전념하는 검사가 대부분”이라며 “언론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부각을 많이 시켜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반면 17∼24회까지의 이른바 ‘중간세대’의 입장은 약간 미묘하다. 먼저 평검사 후배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통신망에 글을 올려 “사시 16회 이상 간부들은 심히 불쾌해하고 있다”며 “중간에 낀 사시 24회 이상 검사들도 좌불안석”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인사대상에 오를 만큼 고위 간부도 아니지만 후배 검사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조직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엇갈린 분위기는 검찰 내 ‘신-구세대’뿐 아니라 ‘이·취임’으로 바톤터치를 하는 검사장급 간부들에게서도 드러난다. 지난 12일 서울지검장을 떠난 유창종 대검 마약부장은 이임사에서 “승진을 미끼로 비겁한 검사를 양산한 정권은 반성해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이번 인사를 성토했다.
그러나 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은 취임사에서 “이제 검찰은 단순 혐의만 따지는 단세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에 기여하는 검찰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의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이 검찰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검찰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 목소리가 엇갈리자 송광수 검찰총장 내정자는 내정이 확정된 시점부터 검찰 분위기를 추스를 방안을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10일 밤 법무부 장관과 만나 현재 상황을 안정시킬 방안을 장시간 논의했다”며 “개개인을 상대로 합리적인 이해와 설득을 통해 조직의 안정을 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인사 논란이 아니라 조직 내에 퍼져가는 패배주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특검법 공포를 지켜 본 검사 출신의 한 원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회 조사 운운하던 대북 송금 문제가 결국 검찰의 수사권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특검에게 넘겨졌다. 또 한 번의 특검을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일선 검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