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이 인도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카마티푸라를 가리켜 한 말이다. 이는 결코 과장된 말은 아니다. 뭄바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크고 오래된 홍등가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옥과도 같은 곳으로 악명 높다. 현재 이곳에서 몸을 팔고 있는 여성들은 어림잡아 2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10세 미만의 어린 소녀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확히 얼마나 많은 미성년들이 이곳에 갇혀 지내고 있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 여성이 감옥 같은 방에서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인도에서 홍등가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슈테른>은 인도 전역에 걸친 여성 경시 풍조가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인도의 집단 성폭행 사건만 봐도 인도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얼마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지는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지옥이라고 불리는 카마티푸라 매춘부들의 경우를 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네팔의 산골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레카(19)에게 지옥의 문이 열렸던 것은 그녀가 이제 막 소녀티를 벗기 시작했던 14세 때였다. 당시 부모님이 입양해서 키우고 있던 오빠를 친오빠처럼 따랐던 레카는 어느 날 오빠가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같이 가자. 부모님한테는 내가 이미 말씀 드렸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카마티푸라 길거리 풍경. 여성들이 이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나이는 평균 12세라고 한다. 사진출처=슈테른
그렇게 인도 뭄바이에 도착했던 레카는 “여긴 우리 친척집이야. 내일 아침에 다시 데리러 올게”라는 오빠의 말을 믿고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오빠는 며칠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한 여자가 방으로 들어와서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넌 여기 팔려온 거야. 오빠는 돌아오지 않아. 이미 나는 네 오빠에게 큰돈을 지불했어. 그 돈을 갚으려면 네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해.” 일주일 후 레카는 두 여자한테 팔다리를 붙잡힌 채 생면부지의 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옥에서의 생활은 시작됐다.
레카의 일과는 매일 아침 8시 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와 깨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옆방의 다른 소녀들 가운데는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도 있었다. 일어나서 화장을 한 다음 다른 소녀들과 함께 지하실에 위치한 ‘거실’이라고 불리는 곳에 나가 앉아 있는 것으로 하루는 시작됐다. 새벽 1시까지 꼼짝 없이 거실에 앉아서 포주의 연락을 받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소녀들의 일과였다. 포주들은 소녀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 늘 구타를 해댔고, 고춧가루를 뿌리거나 전기로 고문을 하기도 했다. 설령 임신을 하더라도 쉬지 않고 손님을 받아야 했다.
뭄바이에 위치한 카마티푸라 전경. 현재 2만여 명의 인도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여성들이 생활하며 몸을 파는 방. 동물의 우리를 연상케 할 만큼 열악하다. 사진출처=슈테른
레카와 같은 매춘 여성들이 머물고 있는 칸막이 방은 카마티푸라의 꼬불꼬불한 계단을 내려가면 비밀문과 가짜 벽 뒤에 숨어 있다. 이 방은 판자로 칸막이를 만든 허름한 방이며, 크기는 수영장 간이 탈의실보다 약간 넓은 정도에 불과하다. 방에는 창문은커녕 전등도 없으며, 매트리스 하나와 환풍기 하나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소녀들의 소지품이 담긴 비닐봉지가 걸려 있다.
이런 동물 우리를 연상케 하는 방에서 세 들어 살고 있는 매춘 소녀들은 여기서 잠도 자고 몸도 팔고, 또 밥도 먹는다. 소녀들이 포주에게 지불하는 방세는 손님 한 명당 40센트(약 580원). 또한 아이가 생기면 이 방에서 아이도 키워야 한다.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침대 밑에 숨어 있거나, 길바닥에 나가 잠을 자거나, 혹은 지붕 위로 올라가 앉아 있다오곤 한다.
12년 동안 홍등가에서 생활한 구디는 이제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터득했다.
구디라는 소녀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현재 그녀가 몸을 팔아서 부양해야 하는 가족은 모두 22명. 양부모님과 친척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모두 구디에게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몸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도록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돈을 벌어서 가족을 도울 수 있다는 데 만족해하고 있다.
손님이 오면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야 한다. 또 어떤 날은 하룻밤에 여덟 명의 손님을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이런 구디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디의 가족들은 전화를 걸어서 조카가 신발을 새로 사야 한다느니, 공책이 필요하다느니 이런 저런 부탁을 늘어놓곤 한다. 명절 때가 되면 장을 봐야 한다며 한 달 치 벌이를 몽땅 보내달라고도 한다.
라타는 3개월간 감금당했지만 운 좋게 도망쳤다. 현재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반면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던 레카는 현재 꿈에도 그리던 집으로 돌아왔지만 문제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다. 희생자들에게 인도 사회는 결코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제로 매춘을 해야 했던 여성은 물론, 그 가족들도 창피와 모욕감을 겪어야 한다. 레카 역시 마찬가지다. 마을 사람들에게 지난 5년 동안 카트만두의 구호단체에서 일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직접 카트만두로 가서 레카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 드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레카는 “사람들의 불신이 계속되는 한 고향에서 살 수 없다”며 침울해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여기자·여경까지 당하는 나라
근래 들어 인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하면 단연 집단 성폭행 사건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2월 남자친구와 함께 심야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여대생이 버스 운전기사를 포함해 여섯 명의 남성으로부터 구타와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결국 여대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고, 범행을 저지른 남성들 가운데 한 명은 교도소에서 목매 자살했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 명 가운데 18세 미만의 청소년이었던 한 명을 제외한 네 명은 지난 9월 법원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남편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던 스위스 여성이 캠핑장에서 여섯 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비단 일반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성 사진기자와 여성 경찰도 희생양이었다. 사진기자는 취재 중에 다섯 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경찰은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고속도로를 가로막은 남성 다섯 명에 의해 숲속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타임>에 따르면 2011년 인도에서 신고된 성폭행 범죄 건수는 2만 4000여 건. 20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는 격이지만,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인도에서 이렇게 집단 성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허술한 치안,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그에 따른 분노 표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남성들이 직업을 가진 여성들에 대한 화풀이, 그리고 여성의 낮은 지위 등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의 낮은 지위는 전통적으로 여성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데서 비롯된 뿌리 깊은 병폐다.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은 성폭행을 당하는 것이 여성의 잘못이며, 여성들이 부주의한 탓이라고 여긴다.
여성들을 2류 계급으로 대하는 인도에서는 뱃속의 아이가 딸일 경우 낙태를 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까닭에 현재 인도의 15~35세 인구 가운데 남성 인구는 여성 인구보다 무려 1500만 명이나 더 많다. 여성들을 향한 성폭력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