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금융사기사건들

‘4000억 사기’ 전종진도 재판 중 도피

[일요신문] 국내 대표적인 금융사기 사건으로는 1974년 ‘박영복 부정대출사건’, 1982년 ‘이철희, 장영자 어음사기사건’, 1990년대 ‘변인호 금융사기사건’과 ‘전종진 아시아자동차 수출 사기사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전종진 사기사건은 시기나 행태로 볼 때 변인호 사건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정권 시절 희대의 어음사기 사건을 일으킨 장영자. 우태윤 기자 [e-mail]

기아자동차의 옛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의 브라질 합작 파트너 회사의 대표로 있던 전종진 씨(48)는 1996년과 97년에 걸쳐 자동차 2만여 대를 외상으로 수입한 뒤 수입 대금 일부를 떼먹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수입 대금을 떼먹을 목적으로 유령 회사까지 차린 전 씨는 결국 아시아자동차에 ‘4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혐의로 1998년 구속 기소되기에 이른다.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전 씨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보석으로 풀려나자 곧바로 브라질로 달아났다. 이후 브라질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전 씨는 2003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의 확정 판결이 선고돼 2008년 결국 국내로 송환되기에 이른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변 씨와 전 씨와 같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는 범죄자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해외 도피에 따른 형 면제자는 지난해 27명이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19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해외도피 중에는 형 시효가 정지되지 않아 이를 틈타 형 집행이 면제되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는다”며 “국회 계류 중인 형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