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오피스텔에 다다른 이 씨는 오피스텔 방문을 열고 성매매 여성 김 아무개 씨(여·27)를 만났다. 김 씨와 단둘이 남은 이 씨는 “마술 하나를 보여 주겠다”며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간단한 카드 마술 하나를 김 씨에게 보여줬다.
마술을 보고 신기해하는 김 씨에게 이 씨는 또 다른 마술 하나를 제안했다. 이 씨는 목도리로 김 씨의 눈을 가리고 준비해 온 끈으로 김 씨의 두 손을 묶기 시작했다. 김 씨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마술이겠거니”하며 손을 묶게 내버려뒀다.
이 씨가 갑작스럽게 돌변한 순간은 그때였다. 이 씨는 가위를 내밀고 김 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마술을 빙자한 ‘강도’였던 셈이다. 이 씨는 김 씨에게 “금고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김 씨가 금고 위치를 알려주자 그곳에서 60만 원을 훔쳤다. 돈을 훔치고 난 뒤 이 씨는 결박당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김 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범행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되고 이 씨는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는 또 다른 남성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이 씨의 공범인 박 아무개 씨(20). 박 씨는 망을 봐주고 도주가 쉽게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이 씨의 범행은 그만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피해 성매매 여성 중 한 명이 이 씨의 범행을 신고를 한 것. 경찰은 이 씨가 업소를 미리 예약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 씨를 역추적해 경기도 부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 씨 일당을 체포할 수 있었다. 당시 이 씨 일당은 또 다시 마술 강도를 벌이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이 씨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한 이 씨는 자신을 “성매매업소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알고 보니 이 씨는 유사성행위 업소를 운영하던 ‘업자’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유사성행위 업소를 운영했던 이 씨는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업소를 접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24세에 불과했으나 이미 전과 5범이었다.
이 씨는 업소 예약방법이나 여성들의 근무형태 등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주로 새벽 시간대에 범행을 저지른 것도 오피스텔 성매매의 경우 낮이나 저녁 시간대와는 달리 새벽 시간대는 남자 관리자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피의자들의 범행이 계속됐으나 결국 용기 있는 한 여성의 신고로 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마술을 빙자해 파렴치한 강도를 저지른 이 씨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 받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범행이 치밀한 데다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있고, 죄질이 나쁘다”라고 판결했다. 이 씨는 10년 동안 전자발찌 착용 명령까지 받았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