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판매자 카카오 스토리에 전시된 짝퉁 상품들.
카카오톡을 이용한 짝퉁 상품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격을 묻자 한층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짝퉁’ 판매자는 “얼마 전 백화점 판매 가격이 올라 우리도 좀 더 비싸게 받아야 하지만 예전 그대로 주겠다. 35만 원이면 진짜 싼 거다. 배송은 바로 되니 걱정 말라”며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당연한 듯 현금영수증 발행과 신용카드 결제는 거부했다. 기자가 망설이자 “지금 결정하면 특별히 32만 원에 드리겠다”며 흥정도 잊지 않았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도 구입을 결정하지 않았더니 판매자는 “우리 카카오스토리(카톡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들어가면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으니 구경해보고 다시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기곤 채팅창에서 사라졌다. 그가 말한 카카오스토리에는 문의했던 가방에서부터 의류, 액세서리, 신발까지 1000개에 가까운 사진들이 ‘진열’돼 있었다.
문제는 카톡에서 거래되는 물건이 비단 짝퉁 제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1년 안전성 논란이 있는 상품의 공동구매(공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 개인 블로그 공구 판매방식이 카톡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고 ‘공구’ ‘사다드림’ 형식으로 온갖 물건을 판매하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온라인을 통해 상품 등을 판매할 경우에는 시청에서 통신판매증도 발급받아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카톡 구입으로 인해 법적분쟁으로 연결된 사례는 아직 없으나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사업자등록 없이 카톡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샀다가 문제가 생겨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카톡 판매자는 계정을 삭제하고 다른 이름으로 장사를 해도 막을 방법이 없기에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사업자등록이 된 판매자인지 사후 서비스가 가능한지 충분히 알아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톡 시장’에 대한 불만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송 아무개 씨(여·33)는 “우리는 물건 하나가 팔릴 때마다 세금이 붙는데 사업자등록 없이 카톡이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판매되는 물건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현금영수증도 신용카드 결제도 막아놔 세금 징수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 싼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고 그러다보니 정당하게 장사하는 사람들은 괜히 타격을 입는다”고 하소연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짝퉁을 판매한 업체의 현장 단속 모습(위)과 압수품들.
이처럼 카톡 판매로 인해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미비한 실정이다. 카톡의 판매형식 특징 때문인데 단순히 사진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는 단속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품이 개인의 대화창에서 거래되다 보니 증거를 잡기 위해서는 일일이 감시가 불가피하나 이는 사생활 침해로도 연결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설령 적발됐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판매업자들 대부분은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이용해 실질적인 단속효과를 거두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유명 브랜드 위조 상품을 팔거나 사업자등록 없이 판매를 하다가 적발돼도 고작 돈 몇 푼만 내면 풀려나기에 또 다시 불법의 길로 들어선다. 초범의 경우 대부분 풀려나고 벌금액도 몇 십만 원에서 100만 원 남짓 나온다고 한다. 지난달 2일 경찰에 검거된 짝퉁 유통업자 배 아무개 씨(39)도 몇 차례 상표법 위반 범죄전력이 있는데다 지난 2011년에도 특허청에 단속돼 집행유예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카카오스토리에 짝퉁 제품 게시물을 올리고 카톡으로 은밀히 판매를 이어왔다. 배 씨는 이런 방법으로 1년 동안 무려 2억 24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 상표권특별사법경찰은 “배 씨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 일대 소매상들에게도 위조 상품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이번 사건과 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한 위조 상품 거래와 그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