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주변 사람들이 박 씨를 제지하려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술병으로도 분이 안 풀린 박 씨는 곧장 식당 부엌으로 들어가 흉기를 꺼내 들곤 김 씨의 복부를 찌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식당은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 119에 도움을 청하는 소리, 비명소리로 가득했고 그 틈을 타 박 씨도 빠져나왔다.
하지만 도망간 줄만 알았던 박 씨가 이내 다시 식당에 나타났다. 그것도 흉기를 그대로 든 채 쫓아 들어온 박 씨는 쓰러진 김 씨의 복부를 또 다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는 식당 주인은 “한 번도 아니고 다시 돌아와 찔렀다는 것은 살인이지 우발적인 게 아니다”며 그때의 악몽에 치를 떨었다.
목격자의 신고로 김 씨는 곧장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치료 도중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도 김 씨를 돌보기는커녕 택시를 이용해 도주하던 박 씨는 수사 5시간 만에 자신의 집 근처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의 불화는 김 씨의 직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평소 박 씨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내연녀 김 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1년 6개월의 교제기간 동안 수차례 “도우미를 그만두고 직업을 바꾸라”고 권했으나 김 씨는 번번이 이를 거절했다. 그날 역시 똑같은 대화가 반복됐고 술에 취한 박 씨는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순간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순순히 경찰 조사에 임하던 박 씨에게 한 가지 반전이 있었다. 당초 박 씨는 부인과 사별하고 내연녀 김 씨를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었다. 주변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언론을 통해서도 단순한 사별로 보도됐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박 씨의 사별에는 끔찍한 과거가 숨겨져 있었다. 지난 2003년 박 씨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아내를 살해해 이듬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었던 것. 시간이 흘러 2011년 10월 박 씨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식당 배달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김 씨와 만났지만 또 한 번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이에 지난달 28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살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석방 기간이 지난 지 6개월 남짓 지나 또 살인죄를 저지른 점과 무시한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점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하여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범행 이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살인 현장에서 도주하고 경찰관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나쁘다”고 덧붙였다.
아내를 살해한 죄만도 평생을 속죄해도 부족했던 박 씨는 가석방 2년 만에 또 다시 ‘연인’을 살해한 흉악범이 되어 싸늘한 교도소에서 여생을 보내게 됐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