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본사 앞을 청소했던 오히가시 사장의 생전 모습. 사진출처=주간포스트
그가 본사 건물 앞 주차장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된 것은 오전 7시, 출근하는 남자 사원에 의해서였다. 차는 평소와 같은 장소에 주차되어 있었고, 운전석 문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 오히가시 사장이 총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장손상에 의한 과다출혈. 사망 시각은 오전 5시 45분경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차에서 내린 오히가시 사장이 차문을 잠그고 돌아서는 순간 습격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일과를 꿰뚫고 있던 범인이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도착과 동시에 연속 4발의 총탄을 쏘았다는 것이다. 또 “주변에서 총성을 들은 사람이 없어 소음기를 사용한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수백만 원의 현금이 든 지갑과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강도 목적이 아닌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야쿠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조직폭력단 범죄를 담당하는 저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일단 “배후가 야쿠자라고 하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야쿠자가 기업간부를 습격할 땐 사전에 금전에 관한 요구나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가시 사장은 협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25구경 권총
그런데 사건에서 범인은 총 4발을 쏘았으며, 모두 피해자의 복부와 흉부에 명중시켰다. 정황상 경찰은 총기에 정통한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단, 25구경 권총이 밀수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을 감안해 일반인이 총을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총기 사건이 드문 나라다. 게다가 점포수만 665개를 가진 유명 기업의 사장이 본사 앞에서 총격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성실함과 모범이 되는 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오히가시 사장이었기에 세간의 관심은 ‘그가 왜 피살당했는지’에 대해 집중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교자의 왕’ 회사 측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히가시 사장은 적을 만드는 타입의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회사를 찾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에 경비원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숨진 오히가시 사장은 그의 누나가 ‘교자의 왕’의 창업자와 결혼하면서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즉 창업자와는 매형·처남 사이였다. 1993년 창업자가 급사한 후 창업자의 장남이 사장에 취임했으나 불투명한 부동산 투자가 문제가 돼 자리에서 물러나고, 2000년 오히가시 사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그는 철저한 현장주의로 장기불황 속에서도 ‘교자의 왕’을 급성장시켰다. 연매출이 무려 743억 엔(약 7500억 원)에 이르는 고성장을 일궈낸 것이다.
사장 취임 뒤에도 주방에 들어가 테이블을 치우거나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사원들에게도 이웃에게도 그는 항상 상냥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었다.
한편 이번 사건과 연관 지어 인터넷에서는 ‘교자의 왕’ 창업자의 가족사가 다시 한 번 화제에 올랐다. 가업을 이을지도 모를 창업자의 손자가 5년이 넘게 행방불명이기 때문이다. 2008년 창업자의 손자 가토 다카시 씨(40)는 이집트 여행 도중 아들과 함께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를 두고 일본 네티즌들은 “행방불명에 살인사건이라니 저주 받은 일가다”라는 의견부터 “혹시 두 사건이 같은 배후의 인물에 의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손님들 발가벗고 ‘찰칵’
점원들은 “제지에도 불구하고 일행이었던 손님들이 단체로 발가벗고 촬영을 했다”고 주장한 반면, 손님 측의 입장은 달랐다. 점원의 허가를 얻어 촬영했다는 것. 경찰은 그 후 가게 측의 고소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와 공연외설 혐의로 손님들을 입건했다. 업무방해 혐의는 불기소 되었지만, 공연외설 혐의는 인정돼 손님 9명을 약식 기소로 처리했다. ‘교자의 왕’ 본사 역시 해당 매장을 폐점시키며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