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유화학의 PX공장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은커녕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장 증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 모습.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처리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포함해 톨루엔과 자이렌 등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하는 PX 생산 시설을 SK인천석유화학이 위법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에 인천시 감사관실은 서구청의 공장 증설 및 건축 인·허가 과정의 행정절차 상 위법성이 있었는지 감사에 착수했고, 한 달여 만에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인천시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이 공사 증설을 승인받은 제조시설 면적 1만 4690㎡보다 5321㎡를 초과해 공장 증설을 진행했다. 이는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산집법), 건축법 등 위반”이라며 “또한 SK인천석유화학이 공장등록 변경 신청 과정에서는 공작물 제조시설 면적(5092㎡)과 부대시설 면적(3만 2899㎡)을 누락시켜 서구청에 신고했으며, 2006년 2분기~2008년 3분기와 2010년 2분기~2012년 2분기에 사후환경영향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천시는 지난 12월 16일 SK인천석유화학과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할·신설되며 토지 등의 자산을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SK인천석유화학은 당시 기업 신설이 현행법에 규정된 ‘적격분할’이라며 인천 서구청에 취득세 면제신청을 했고, 인천 서구청은 이를 수용해 면제해줬다.
그러나 인천시는 SK이노베이션에서 나뉜 기업들의 독립성과 승계된 부채·사업 내용 등이 적격분할로 인정되기에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보고 세무조사를 통해 이를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만일 세무조사에서 적격분할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 SK인천석유화학이 부담해야 할 취득세는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3000억 원은 SK그룹 차원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액수다.
SK석유화학공장건설취소를위한인천주민연합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 관계자는 “SK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을 위반했다. 이를 통해 시장 직권으로 증설 인·허가 취소 명령을 내릴 수 있음에도 송 시장은 서구청에 공사중지 권고만 내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년성 서구청장도 12월 30일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해놓고, 감사처분 결과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문을 구한다며 미뤘다”며 “시간 끌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증설 인·허가 취소에 대한 권한이 서구청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의 관계자는 “서구청 감사 결과 SK인천석유화학 증설 과정에서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대한 위법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감사에서 적발된 것은 산집법과 건축법 위반으로, 이 사항에 대한 권한은 구청장에게 있다”고 전했다.
인천 서구청도 인천시의 공사중단 권고에 대해 신중히 재검토를 한 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전년성 구청장이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구청과 SK인천석유화학이 인천시의 공사중단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서구청 관계자는 “SK인천석유화학 PX 시설 증설에 이미 1조 5000억 원 이상이 투입, 공사도 80% 이상 진행돼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중단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일단 사업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편 SK인천석유화학은 서구청의 행정 처분 명령 재검토를 지켜보면서도 증설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에 관해서도 SK에너지 관계자는 “201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할·신설될 당시 적합분할이었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minwg08@ilyo.co.kr
‘재벌특혜’ 강한 반발도
SK종합화학은 지난 2011년 일본 JX일광일석에너지(JX)와 합작해 9600억 원을 들여 울산 PX공장을 100만 톤급으로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외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SK종합화학은 증설공사비용 9600억 원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번에 외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SK종합화학은 일본 JX로부터 4800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K종합화학의 울산 PX공장 증설은 이미 70%가량 이뤄져 올 3분기 중에는 상업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울산 PX공장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외촉법을 ‘재벌특혜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 그리고 외촉법 통과로 직접적 수혜를 보는 기업으로 PX 합작공장 건설 사업을 진행해온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 등이 지목됐다. 끝까지 외촉법 거부의사를 밝힌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은 “외촉법은 한마디로 정경유착법”이라며 “특정 재벌인 SK와 GS의 로비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굴복하고 국회가 굴복한 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웅기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