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촬영 현장.
# 송강호 “그분을 향한 헌정 영화는 아니다”
송강호
스스로를 “정치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다”고 말하는 송강호가 <변호인>을 택한 건 단순하다.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따뜻함에 반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그 역시 여러 정치적 사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던 입장이다. 그래서 처음엔 이 영화를 거절했다. 그러다 일주일 뒤 ‘하겠다’는 답변을 제작진에게 보냈다.
송강호는 “정치적이거나 외적인 부담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영화의 지향이 분명하다”고 했다. “특정 인물의 일대기나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우리가 겪었고 누구나 알고 있는 1980년대가 배경이다. 그 힘겨운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을 통해 많은 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강호는 <변호인> 개봉을 전후로 가진 여러 인터뷰와 시사회에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분’이라고 칭했다. “영화가 그분의 인생 단면을 얘기하는 건 맞지만 그분을 미화하거나 헌정하는 작품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송강호가 바랐던 건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다. 또한 그로부터 일어나는 사회적인 반향도 아니었다. 다만 “상식적인 세상을 위해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표현한” 이 영화에 공감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 김영애 “솔직히, 정치적 부담? 있었다”
김영애
그런데도 김영애가 영화를 택한 건 “소재에 대한 고민을 줄이고 연기를 향한 도전만 생각하자”고 마음먹은 결과다. 물론 그 역시 1980년대를 살아낸 탓에 <변호인>을 촬영하며 자신이 지내온 같은 시기를 돌아볼 때도 있었다. 실제로 부산이 고향인 그는 “나의 80년대는 그저 드라마 촬영장과 집만 오갔던 시기”라고 했다. 그저 평범하게 그 시대를 보낸 김영애는 영화를 통해 당시를 겪어보지 않았던 젊은 관객들에게 당대의 아픔을 전하는 역할과 책임을 맡았다.
# 양우석 감독 “치열하게 살아낸 우리 선배, 부모의 모습”
<변호인>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양우석 감독.
“세계사를 봐도, 우리나라의 1980년대처럼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 시대는 없는 것 같다. 그 시기를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 선배들, 부모의 모습을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영화로나마 보기를 바랐다.”
실제로 <변호인>을 본 10대와 20대 초반의 관객들은 영화가 그린 용공조작사건과 고문 피해 등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황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오르내리는 젊은 관객들의 영화 평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나름의 책임감으로 영화를 기획한 양우석 감독은 소재가 가진 정치적 분위기 탓에 막상 제작을 시작할 때는 남다른 각오가 필요했다. “우리 사회가 이런 픽션의 영화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작은 두려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고, 배우들 역시 이런 마음으로 설득했다”고 제작 과정을 돌이켰다.
# 실존 인물의 삶…영화와에 어떤 동의 과정을 거쳤나
아무리 ‘모티브만 따왔다’고 해도 어쨌든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모습을 그렸다.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화에 따른 사전 동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제작진이 먼저 접촉을 시도한 건 ‘노무현 재단’이다.
<변호인>의 한 제작관계자는 “기획단계에서 노무현 재단에 먼저 영화화 사실을 알렸고 1980년대 당시 상황에 대한 여러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 역시 영화 시나리오와 제작 의도 등을 접하고 여러 도움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