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여성 인권단체 피맨 회원들이 2013년 1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성매매산업을 반대하는 나체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성매매업 종사 여성 본인들부터 성매매 규제를 반대하고 있으며, 홍등가 업주들 역시 “우리는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합법이라는 그늘 뒤에 숨겨진 일부 비참한 매춘부들의 생활을 보도하면서 과연 독일의 성매매법이 이대로 가도 괜찮은지 물었다.
2002년 성매매가 합법화되면서부터 독일은 ‘성매매업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크고 작은 성매매업소들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현재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의 수는 40만 명가량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약 70만 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독일에서 성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수는 매일 120만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여성들 가운데 근로 신고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수가 4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매춘부들 스스로 당당하게 나서길 꺼리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개정된 법에 따라 매춘부들도 의료보험, 실업보험, 연금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고용 계약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성매매업 종사자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직업을 드러내길 꺼리면서 일부러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한 독일에서 일하는 매춘 여성들 가운데 70~80%가 인근 유럽 국가에서 건너온 여성들이라는 점도 이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중요한 이유다. 이 가운데는 포주의 속임수에 넘어가 국경을 건넜다가 성노예처럼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 이렇게 불법 체류자로 성매매에 종사할 경우에는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실제 고용 계약을 체결한 매춘부들 역시 1% 미만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루마니아 출신의 안드라다 M도 그런 경우였다. 17세 때 인신매매범의 유혹에 넘어가 독일로 건너왔던 그녀는 유모로 일하면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처음 약속과 달리 결국 몸을 팔도록 강요당했다. 작은 도시인 쉬퍼슈타트에 위치한 ‘노 리미트’라는 싸구려 성매매업소에 넘겨진 그녀는 여권도 빼앗긴 채 감금돼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야 했다.
최고급 ‘파라다이스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 사진출처=포쿠스
업주로부터 모든 생활을 엄격하게 통제 당한 것도 물론이었다. 전화 금지, 무단 외출 금지, 약 복용 금지, 의사 왕진 금지 등 족쇄만 채우지 않았을 뿐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그렇다고 돈벌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고정급을 받고 일했기 때문에 아무리 손님을 많이 상대해도 받는 돈은 일정했다. 간혹 벌금이라도 물 경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가령 손님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50유로(약 7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손님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 월급에서 500유로(약 72만 원)를 삭감당했다. 여기에 ‘주인’에게 매주 상납하는 1000유로(약 145만 원)까지 합하면 매달 그녀들에게 떨어지는 액수는 200~300유로(약 29만~43만 원)에 불과했다.
안드라다와 같은 동유럽 여성들이 일하는 이런 싸구려 사창가의 비참한 실태는 얼마 전 인신매매단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처럼 대형 사건이 불거지면서 동유럽 여성들을 상대로 한 착취와 인신매매단의 조직적인 범죄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독일 사회가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었다. 어떤 인신매매단은 일부러 루마니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희생양을 고르는 치밀함을 보였다. 표적이 된 여성들은 대개 무직이거나 혹은 재봉사, 캐셔, 미용사를 두루 거치면서 일한 저학력 여성들이었다. 이런 여성들에게 다가가 “독일에서 가정부나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이렇게 독일로 건너온 여성들은 대개 싸구려 업소로 팔려 나갔다. ‘25유로 클럽’ ‘디스카운트 섹스레이디’ ‘에어포트 무쉬’ ‘티니 섹스하우스’ ‘푸쉬 클럽’ 등 매춘부들에게 고정급을 지급하는 이런 업소들에서는 25~100유로(약 3만~14만 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시간적 제약도 없고, 또 몇 명의 여성을 골라도 상관이 없다.
이곳의 매춘 여성들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강제로 손님과 성관계를 가져야 했으며, 한 번에 열네 시간씩 내리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몸이 아프거나 생리를 해도 쉴 수 없었다. 만일 피부 알레르기가 생겼을 때에는 “가능한 조명을 어둡게 하고 손님을 상대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었다. 어떤 여성은 하루에 손님 다섯 명은 너무 적다는 업주의 압력에 못 이겨 최대 50명까지 받으면서 일하기도 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이곳에서 탈출을 감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나 여권이 없는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포주의 협박도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 큰 요인이다. 한 19세 여성은 포주로부터 “만일 경찰에 신고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하이델베르크의 싸구려 업소에서 불법으로 일하다가 체포된 한 루마니아 여성. 사진출처=포쿠스
하지만 이에 반해 성매매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성매매 종사자들의 권리를 위해 창설된 단체인 ‘도나 카르멘’의 유아니타 헤닝 회장은 “인신매매단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여성은 극히 일부다”라고 주장했다. 모든 매춘부들이 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실제 독일에는 매춘부들에게 높은 급여와 좋은 일자리 환경을 제공하는 초대형 업소들도 많다.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클럽’ 역시 이런 곳이다.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4년 전부터 이곳에서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엘리야나(27)는 “나는 이 일이 즐겁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매달 버는 돈도 여느 직장인 월급보다 훨씬 많다. 어떤 달에는 최대 1만 유로(약 1450만 원)를 번 적도 있었다.
현재 BMW를 타고, 방 4~5칸짜리 집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녀는 원한다면 값비싼 보석도 망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었다. 그녀는 “이렇게 돈을 잘 버니 매춘부로 일하는 데 있어 자긍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심지어 “낯선 남자와 섹스를 즐기는 것조차 이제는 즐기게 됐다”고도 말했다.
근무 조건도 좋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데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10시간만 일해도 된다. 그녀의 서비스 비용은 30분에 50유로(약 7만 원). 손님이 가장 많은 토요일에는 보통 7~8명의 손님을 받고, 평일에는 5명을 받고 있다.
언제 일할지, 그리고 어떤 손님을 받을지는 모두 그녀 스스로 결정하며, 번 돈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포주나 업주에게 돈을 뜯기는 일도 없다. 클럽 입장료로 지불하는 79유로(약 11만 5000원)만 내면 된다. 사정이 이러니 그녀는 “나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파라다이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위르겐 루트롤프 역시 “우리 클럽에서 일하는 매춘부들은 모두 자유롭게, 그리고 즐겁게 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성년자들은 절대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포주로부터 폭력을 당해 강제로 일을 하는 여성들 역시 클럽에 발을 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클럽의 대변인인 미하엘 베레틴은 “이곳에서는 눈에 시퍼런 멍이 든 여성이나 구석에 앉아 흐느껴 우는 여성들을 전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