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 회장과 강 회장 자택 트라움하우스 5차 전경. 그는 은행빚을 갚기 위해 최근 이 집을 매물로 내놨다. 최준필 기자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연말 반대매매를 통해 강 회장의 주식 653만 주 전량을 매각했지만 회수한 금액은 211억 원에 불과했다. 강 회장이 갚아야 하는 부채가 89억여 원이 남은 것이다. 우리은행이 남은 부채에 대해 상환을 촉구하자 강 회장이 결국은 살고 있는 자택까지 내놓게 된 것이다.
강 회장이 매물로 내놓은 서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 5차(전용면적 273.64㎡)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공시가격만 54억 4000만 원이고, 시세는 그보다 약 2배 높은 100억 원 안팎에서 형성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강 회장이 자택을 내놨다고 해서 바로 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래가 쉽지 않을뿐더러 일단 팔려도 시세보다 낮게 거래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서초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거래동향이 있어야 시세가 형성되지, 최근 몇 년간 거래가 없었다. 실제로 얼마에 거래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며 “트라움하우스 5차 시세가 100억 원이라고 하는 것은 집을 내놓은 사람이 받고 싶은 가격이다. 팔려는 사람과 구매하려는 사람의 집값에 대한 의견차가 있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 회장 자택이 시세에 매각된다고 해도 그의 개인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강 회장의 자택에는 하나은행에 주택담보대출로 채권최고액 36억 원이 설정되어 있어, 자택을 매각한 돈으로 먼저 이 대출을 상환해야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 측에서도 부채 청산이 힘들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우리은행 측에 전달한 부채상환계획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가 100억 원대 자택을 오는 6월 말까지 매각해 우선 (주택담보대출) 30억 원을 갚은 뒤, 나머지 금액은 순차적으로 갚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도 “강 회장이 자택에 걸려있는 하나은행의 근저당권을 먼저 해지한 뒤 우리은행의 개인부채 청산 작업은 그 이후에나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강 회장의 자택 매각이라는 초강수에도 청산해야 할 부채가 많이 남았는데, 이후에는 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강 회장이 STX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전망한다. STX의 자율협약 체결이 가시화되면서, STX그룹 채권단이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강 회장 퇴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강 회장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STX조선해양, STX중공업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남아있던 STX 대표이사직마저도 내려놓게 되면 강 회장은 연봉을 받을 곳도 없어 부채 상환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
강 회장 개인채무 상환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현재까지는 이자를 계속 상환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담보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납부 기일이 다가오면 은행에서 강 회장에게 상환 방법에 대해 묻는다. 이번 서초동 자택 매각 결정도 이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