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대·기아차가 달리는 수준이라면, 독일, 일본, 미국의 경쟁사는 날아다닌다고 할 정도”라며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준비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 당장 가장 수익성 높은 안방에서 독일 차에 빠른 속도로 고급차 시장을 내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혁신이 더 필요한데, 혁신을 이뤄낼 가능성은 더 낮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증권업계 관계자도 “삼성전자는 고급 브랜드 시장에서 1위인데 중저가 브랜드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중저가 브랜드로서 고급 브랜드의 확장전략에 밀리는 모습”이라며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고급 브랜드들이 중저가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보다 한 수 위인 폴크스바겐, 도요타, 혼다 등도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투자를 정당화할 만한 스토리를 상상하기 힘들다”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췄다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기아차 판매도 시원치 않은데 최근 정부가 순정부품의 애프터서비스(AS) 부품시장 독점에까지 제동을 걸었다. 2015년부터 비순정부품도 사용할 수 있게끔 관련 제도를 바꾼 것이다. 현대모비스로서는 독점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던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