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잠행을 이어가던 신동욱 전 교수가 영화와 책으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삼각산 도선사에 가보면 박정희 대통령 각하와 국모님(육영수 여사)의 영정 사진을 모신 법당이 있다. 그곳에 막걸리를 들고 찾아가다가 예전에 우리 (박근령 씨와의) 결혼식 주례를 봐준 혜자 스님의 소개로 이러한 법당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후부터 ‘각하와 국모님을 신으로 모시는 사찰을 발굴하자’는 목표로 2008년부터 6년가량 전국 56개 사찰을 돌아다녔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나?
“사찰을 다니면서 대부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이유로 환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날 피하는 스님도 있었고 한 사찰에서는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내가 차도 없고 자금도 없기에 지인이 나를 상당히 많이 도와줬다. 원고를 반쯤 쓰다가 감옥으로 들어갔는데 돌아와 보니 집은 이사 갔고 취재수첩과 원고가 싹 없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너무나 암담했는데 집에서 비상금을 찾다가 취재수첩을 겨우 발견해 만세를 부른 기억이 난다. 책을 교정하는 과정에서는 한 장을 넘길 때 정신을 차리기 위해 목욕재계를 수차례 했다. 목욕만 한 100번 넘게 했을 거다.”
―영화는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대통령 즉위, 사망까지 영화는 전반적인 생애를 다룬 것이고 책은 그 이후에 각하의 영혼에 대해서 쓴 것이다. 처음 책 제목은 ‘박정희 육영수 영혼 순례기’였다. 하지만 지인 중에 한 명이 ‘신이 된 대통령’이 어떻겠느냐고 해서 출판사와 상의 끝에 그렇게 바꿨다.”
―영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과 ‘물의 신’은 어떤 의미인가.
“우선 물의 신은 부정부패 척결과 새로운 시대의 건설을 의미한다. 각하가 대통령에 올라서고 나서 그러한 부분을 물로 밀어내듯이 싹 씻어냈다는 뜻이다. 반면 불의 신은 산업화를 의미한다. 철강 작업이 불에서 이뤄지지 않는가. 국모님 역시 불의 신과 물의 신의 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국모님은 청와대의 야당으로 불렸다. 각하가 불의 기운을 내뿜으면 물로 달래주고 물의 기운을 내뿜으면 불로 북돋아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는 신격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죽으면 하늘의 ‘별’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영화에서 별이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의미다. 또 불의 신과 물의 신은 어디까지나 영화에서 가능한 ‘픽션’일 뿐이다. 영화적 상상력일 뿐이지 그것을 신격화라고 매도하면 곤란하다. 책에서 등장하는 사찰은 그저 자연적 현상을 보여줄 뿐이다. 보통 우리가 제사 지낼 때도 부모님 영정 사진을 보관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과 비슷한 이치다. 무엇보다 몇몇 사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사진을 모시는 사찰도 있었다. 지적하자면 그것도 신격화 아닌가.”
―책이 얼마나 팔릴 것으로 예상하나.
“많이 팔릴 거 같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책 홍보하려고 영화 만든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두고 싶다. 그저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기록해두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 각하와 국모님을 모시는 전국 사찰을 돌아다닌 건 내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잠행을 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책 쓰고 그저 백수처럼 지냈다.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더라. 출소를 하고 나오니 집이 공중분해가 됐다. 생활도 여러모로 어렵지만 생각을 바꾸고 검소하게 근근하게 살고 있다.”
―교도소 생활은 할 만했나.
“교도소에 들어가면 부인이 이혼서류만 내더라도 바로 이혼이 된다고 하더라. 이제 부부생활도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슬픔이 가득했다. 하지만 부인(박근령 전 이사장)이 처음 면회 와서 딱 한마디를 하더라. ‘나 지켜준다면서 왜 거기에 가 있냐고.’ 순간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 감격스러웠다. 처음 교도소 들어갔을 때 나를 ‘사회면 톱’을 장식하는 중범죄자실에 함께 넣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거기서도 ‘교수님 여기 오실 분이 아닌데’ 하더라. 매일 반야심경을 외우며 마음을 다잡고 잘 버텼다.”
―징역까지 살았는데 처형이나 처남에게 미운 감정은 없는가.
“교도소에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는 개표결과를 보고 만세를 불렀다. 미운 감정은 눈곱만큼도 없다. 당시 상황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패했고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가족의 일원이 되기까지의 일종의 대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달라.
“책과 영화를 제작하면서 외부에 비판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판이 많을수록 나를 지지해주는 이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비판하고 있는 신격화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두고 싶다. 책을 우선 보고 평가해 달라.”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