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정당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사들(왼쪽부터 이수성, 조순, 진념, 심재륜, 이팔호). | ||
과거 ‘한 배’를 탔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우리당)이 서로 경쟁적으로 ‘영입전’에 나서고 있고, 여기에 한나라당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거물인사 쟁탈전’이 뜨겁다. 특히 민주당과 우리당은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의 고위 관료나 호남 출신 명망가들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현재 각 정당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영입 ‘영순위’ 인사들은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러브콜을 받은 거물’들은 과연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까.
현재 각 당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는 한나라당과 우리당, 민주당과 우리당 등 양당에서 동시에 입당을 권유받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지난 3월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전 총리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으로부터 줄곧 구애를 받고 있는 상황. 특히 내년 총선을 계기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한 우리당은 김원기 공동의장까지 나서서 경북 칠곡이 고향인 이 전 총리를 영입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은 이 전 총리를 비례대표로 영입해 대구·경북(TK)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이 전 총리는 아직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최측근은 “(이 전 총리가) 여러 정당으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았으나, 어떤 정당에도 입당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며 “현재로선 총선 출마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다가 좌절된 진념 전 부총리에 대해선 민주당과 우리당이 서로 영입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양당은 진 전 부총리에게 거의 동시에 영입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념 전 부총리는 입당 문제와 총선출마에 대해 “현재로선 아무런 계획이 없다”면서 “그런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양당에) 전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당에선 김대중 정부 시절의 ‘검증된 경제전문가’인 진 전 부총리를 붙잡기 위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우리 양당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인사로는 이팔호 전 경찰청장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전임 경찰총수였던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지난 16일 민주당에 입당함으로써 이팔호 전 청장은 우리당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청장은 지난 99년 부산경찰청장 재직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에 우리당 입당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많아 ‘율사당’이란 이미지가 있는데, 현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검찰 옷’을 벗은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과 김각영 전 검찰총장의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삼 정권 당시 한보사건 수사팀을 이끌며 ‘강골’ 검사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심 전 고검장은 검찰에서 숱한 일화를 남긴 입지전적 인물. 지난 99년 대전 법조비리사건 처리에 반발한 ‘항명 파동’으로 면직처분됐다가 2001년 대법원의 복직 판결을 받아 부산고검장으로 부임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검찰을 떠난 심 전 고검장은 지난 대선 당시 직접 정당에 몸담진 않았지만 ‘이회창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심 전 고검장은 그동안 “정치인은 체질이 아니다”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정계와는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변화의 기미가 엿보였다.
그는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입당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해왔다”면서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아울러 그는 “‘현재는’ 정치에 초연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총선을 앞두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법조 거물은 김각영 전 검찰총장. 지난 3월 노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직후 전격 사임한 김 전 총장을 두고 그동안 정가에선 ‘고향인 충남 보령·서천에서 출마한다’는 소문이 적잖이 나돌았다. 물론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살’도 덧붙여졌다.
그렇지만 김 전 총장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기자가 그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한나라당 입당문제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을 전했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총장에게 입당을 계속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영입 타깃은 주로 DJ정부 시절 고위관료들인데, 법조인으론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 여기에 꼽힌다. 김 전 장관은 “민주당측 사람들이 입당을 권유하고 있지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한마디로 잘랐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로시콤과 로시콤이 지분의 20%를 갖고 있는 로시맨을 통해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벤처기업 아이빌소프트 주식을 각각 38만4천 주(1.09%)와 1백44만6천 주(4.1%) 매입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김 전 장관은 민주당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에게도 입당을 권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상 전 총리서리에게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으나, 아직 장 전 서리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얘기다. 총리 인준과정에서 겪었던 유쾌하지 못한 ‘국회의 추억’ 때문일까. 현재 한국여성유권연맹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 전 서리의 한 측근은 “(장 전 서리는) 정치나 영입 문제에 관해선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만 전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앞으로 조직될 총선 선대위 고문으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조순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재 <중앙일보> 고문으로 있는 이 전 총리는 “민주당에서 영입하려 한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면서 “어느 당에서 (입당 제의가) 와도 정치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는 조순 전 부총리는 기자의 질문을 웃음으로 받아넘기면서 “어느 당에서도 (입당)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난 정치를 ‘졸업’했으며, (총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를 직접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간접적으로 정치적 발언은 할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