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일생을 미술에 담은 ‘예술대탐험 — 탄생과 부활’이 그것이다. 전시회는 지난 성탄절 직전에 개막해 오는 2월 9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 근대회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을 필두로 국내 유명 중견 작가 24명이 ‘구약의 예언과 예수’로부터 시작해 ‘예수의 탄생과 성장’, ‘시험과 성령의 임재’, ‘천국 사역과 가르침’, ‘12제자와 최후 만찬’, ‘고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을 거쳐 ‘예수의 재림’에 이르는 8가지 주제를 회화, 조소, 공예, 설치작업 등으로 구현한 ‘저마다의 예수’ 150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사)자연아트포럼의 주최로 국제문화예술기구(TCI)가 주관했고, 대진건설 MILLE21 세이미니 한국미술협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이 협찬과 후원을 담당했다.
기획은 신선했다. 한국 기독교 250년 역사상 최초이기에 의욕은 넘쳤다. 개막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최대 100만, 최소 10만의 관람객을 예상하지만, 소박하게 20만 정도가 목표”라면서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개막 20여일이 지나, 50일 전시에서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목표는 과연 달성되고 있을까.
이번 전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국제문화예술기구 이사장 김민섭(57) 목사와 대변인 강민정(35) 아나운서, 자연아트포럼의 임정기(52) 대표, 윤수로(49) 부회장을 만나 봤다.
- 많이들 보러 오나.
“말하기 부끄럽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의미 있는 전시회라고 높이 평가 받은 걸로 아는데.
“예수와 기독교는 유럽 문화-예술의 원천이었다. 중세는 말할 것도 없고 중세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도 회화 조각 건축 등의 주요 모티브는 예수와 기독교였다. 문학과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르네상스 미술의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대표적 작품도 ‘최후의 만찬’ ‘최후의 심판’ 같은 것 아닌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서양 문화의 감성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이제 우리도 우리의 감성으로 예수를 표현해 보고, 그걸 다함께 느껴보자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의미, 의의는 바로 그것이다.”
- 전시 작품이 150점이다. 일단 작품 숫자에서 압도 당하는 기분이다.
“그렇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우리 작가들만의 작품이라는 것에서는 당연히 세계 최초이겠지만(^^), 작품 수에서도 아마 세계 초유일 것이다.”
-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보셔서 아실 것 아닌가. 점수로 하자면 평균 A다. 우리도 겸손하고 싶지만, 아무리 겸손하게 준다 해도 B+ 이하가 없다. 게다가 장르도 다양하다. 정말 획기적인 기획이었다고 자부한다.”
- 운보 선생이 예수의 일생을, 그것도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예수, 치마 저고리 차림의 마리아를 그린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놀랐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대가로 존경 받는 것 아닌가. 한두 점이 아니다. 자그마치 30점 연작이다. 예수의 삶 전체를 화폭에 담은 것이다. 우리의 예수를 그리겠다는 그 절절한 마음, 단심(丹心)이라고 할까, 그 발상의 원대함과 뜨거운 신심에는 누구라도 옷깃을 여미게 될 것이다.”
- 이미지의 시인으로 우리 현대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김춘수 시인이 말년에 예수를 주제로 스무 편 정도의 시를 썼다. 처음 그 시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그랬나. 두 분이 만났으면 시와 미술이 접목된, 더욱 위대한 작품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김민섭 목사와 강민정 아나운서
- 요즘 우리 개신교가 안팎에서 종종 비난을 받는다. 이런 전시회가 기독교의 진정한 모습을 알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 같다.
“그렇다. 우리의 바람도 그것이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보고,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서라도 예수가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존재였는가, 또 우리 일상의 삶에서는 어떤 존재인가를 한 번 기이 생각해 보고, 나아가 가능하다면 보다 친숙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원론적인 애기겠지만, 예수와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의 일부 행태가 비난 받을 수는 있는 것이지만, 예수와 기독교 자체가 비난 받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도 기독교인이고 목사고 모태신앙이고 예수를 믿고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하는 사람들인데, 이번 전시회를 보고 새삼 느끼는 게 많았다.”
- 이번 전시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런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하실 것인지.
“물론이다. 이번 ‘탄생과 부활’은 종교와 문화와 예술의 만남이다. 그래서 앞에 ‘예술 대탐험’이라는 말을 붙였다. 비종교인의 시각에서라면 종교도 넓게 보면 문화의 한 부분이고, 종교인의 관점에서는 종교 속에 문화가 있다. 게다가 문화와 예술은 어떤 의미에서는 동어반복 아닌가. 종교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종교가 문화-예술을 포용하는 것, 문화-예술이 종교와 반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류 평화의 기반, 세계 평화의 뿌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목표인 20만 관객을 달성하기 바란다.
“절반이 지났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우리 뜻대로만 되는 것인가. 하나남의 역사가 있으시리라고 믿는다. 아, 이런 말을 하면 너무 종교적이라 기사화하기엔 좀 그런가?…^^ 아, 그리고 여자 프로기사 조혜연 9단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는 바둑에는 문외한이라 조 9단이 그렇게 유명한 아가씨인 줄 몰랐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동영상 촬영에도 응해 주고, 음으로 양으로 많이 봉사해 주기에 처음에는 그저 대단하구나 했는데, 일고 보니 훨씬, 그 이상이었다. 프로기사는 바둑 두는 것이 직업일 텐데 주일에는 절대 대국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주변에서도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처음에는 원색적인 비난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짐작이 간다. 딸 같은 나이인데, 신앙심은 나보다 위인 것 같다…^^ 그런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정말 행복하겠다.”
[온라인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