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전지훈련지인 브라질 이구아수시의 아베시(ABC)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태극전사들은 지난 13일 밤(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브라질 현지로 출국했다.
한국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베이스캠프로 포스 도 이구아수(Foz Do Iguasu)를 낙점했다. 브라질 파라나주에 위치한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이구아수 폭포가 위치해 있다. 대표팀은 이구아수에서 21일까지 머문 뒤 미국으로 이동, 코스타리카-멕시코-미국 등 북중미 3개국과 A매치를 치른 뒤 구정 연휴가 지난 2월 3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게도 환경과 여건은 최상급이었다. 대표팀은 이구아수 공항에서 불과 10여 분 떨어진 현지 5성급 최고급 호텔인 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 & 스파 리조트에서 머물고 있다. 이곳은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 12개 고급 호텔을 보유한 버번 호텔 체인 중 하나다. 전체적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이 호텔은 모두 3개의 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미팅 룸과 큰 식당이 딸린 하나의 동을 월드컵 대회 기간 중 대표팀 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협의를 마친 상태다.
시설도 최신식이었다. 1.4km 거리의 투숙객 전용 산책로는 물론, 2개 테니스코트와 실내 배구장, 미니 축구장, 실내외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빠른 회복을 돕는 산소텐트까지 갖췄다.
현지 교통도 최적이었다. 무엇보다 이구아수 시내와 가까운 데다 호텔과 메인 훈련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5분 남짓 거리다. 인구 25만여 명의 이구아수의 교통체증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팀 훈련장은 대략 2000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와 천연 잔디 그라운드가 깔린 소형 스타디움, 실내 체육 복합시설이 함께 설비됐다. 특히 메인 경기장에는 조명 시설과 라커룸, 트레이닝센터 등이 위치했다. 여기에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외곽 펜스가 있어 필요시 비공개 훈련을 진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지난 12월 라커룸 확장 공사를 끝마쳐 태극전사들에게 유쾌함을 안겼다.
홍 감독은 “베이스캠프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환경도 좋고, 시설도 빼어난 편이다. 지금 당장 선수들의 피부에 와 닿지는 않겠지만 월드컵 본선 때 조별리그 3경기를 위해 이동할 때에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정말 좋은 선택을 했다”고 밝게 웃었다. 선수들의 의견도 스승과 다르지 않았다. “호텔이든 훈련시설이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5개월 뒤 꼭 이곳에 다시 와서 동료들과 월드컵 본선에 임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사실 이구아수에서 한국이 조별리그를 치를 쿠이아바(1차전 러시아)-포르투 알레그리(2차전 알제리)-상파울루(3차전 벨기에) 등 3개 도시와의 거리도 멀지 않아 이동 루트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대회 기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회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각국 참가 선수단에게 전세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몰려들 일반 축구 팬들과 취재진과는 달리 수월한 이동을 할 수 있다.
대표팀 선수들이 14일(현지시간) 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 & 스파 리조트 수영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브라질월드컵 본선 최종엔트리 숫자는 23명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태극마크를 노리는 해외 리거들이 대거 있기 때문에 국내파 선수들의 경쟁은 무척이나 뜨겁다. 아주 특별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지만 남아공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이번 브라질 전지훈련에 참여한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 엔트리의 승선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기서 경쟁률이 몇 대 몇이냐는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단 한 자리도 차지할 수 없는 포지션이 나올 수도 있고, 두 자리 모두 해외파가 아닌 국내파에서 결정될 수도 있기에 선수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살얼음판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선수들의 연령도 필요 없다. 대표팀을 선발할 때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다. 2009 U-20 월드컵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등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면서 누구보다 젊은 선수들에 대해 잘 아는 홍 감독이지만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박지성(PSV 에인트호번)도 최근 “우리가 철저히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월드컵에서 경험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물론 그러한 박지성 역시 홍 감독이 구상하는 제1의 옵션임에 틀림없다. 현지에서 가진 티타임 때 홍 감독은 “박지성과 언제 만날지 정확한 날짜는 잡지 못했지만 2월 무렵에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면담 일정이 중요한 건 대표팀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을 치른 뒤 5월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이후에나 강화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할 때도 2010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 평가전을 통해 최종 엔트리의 골격을 완성시킨 전례가 있다. 아무리 박지성이 날고 긴다고 해도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터라 옛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일단 최종 엔트리의 가닥은 박지성 변수 외에도 이번 이구아수 캠프와 2주가량의 미국 강화훈련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들과 해외 리거들이 두루 가세할 3월 A매치에서 사실상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구아수(브라질)=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