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주민과 참여연대 등 17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경마도박장 확산 저지 범시민 공동대응 모임’은 지난 22일 오후 12시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롯데시네마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마사회가 주민들과의 합의 없이 학교와 주거 밀집 지역에 화상경마장을 기습적으로 열려고 한다. 오늘부터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마사회가 추진하는 화상경마장은 18층 건물에 2500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용산구 청파로에 지난해 9월 완공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10개월가량 개장이 미뤄져왔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 주변에 남정초, 성심여중고, 원효초 등 학교가 밀집해 있기에 학생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결사반대했다. 실제로 화상경마장은 학교정화구역과 불과 15m 거리여서 ‘편법 개장’이라는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마사회 측은 “보안요원을 투입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개장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지난해 12월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개장 준비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상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현명관 회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매우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방법으로 입점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입점설을 흘리고, 입점에 반대하는 교회에 거액의 헌금을 내고, 마사회가 지역의 고용률을 높인다는 주민 호도용 편지를 발송해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노숙농성에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마사회와의 합의도 원활치 않아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습이다. 농성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고 교장과 교사가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성심여고 교장 김율옥 수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마사회는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앞서 국가기업으로서 교육환경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현재의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을 중지하고 이전을 철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