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으나 '요즘 들어 이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는 한 제보자의 말을 듣고 경찰이 추적한 끝에 세상에 드러났다. 23일 경기 포천경찰서는 10대 여자친구의 명치 등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한 아무개 씨(20)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한 씨는 경기 의정부시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주 아무개 양(17)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주 양의 시신 부패 정도와 연락이 두절된 시기 등으로 보아 사건이 벌어진 때는 약 열흘 전인 13~14일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주 양은 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한 상태로 한 씨를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한 씨는 여자친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의심을 했고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주 양은 한 씨가 자는 침대 옆에 눕혀져 이불을 덮은 채로 발겼됐으며 한 씨는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함께 지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무직이던 한 씨는 가끔 PC방이나 편의점에 들리는 것을 제외하곤 열흘 동안 숨어지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0일 한 씨의 친구로부터 이들이 며칠 연락이 안 된다는 얘기와 메시지 내용을 듣고 범죄 의심이 생겨 수사에 들어갔다. 연락처와 거주지를 추적한 끝에 이틀 뒤인 지난 22일 한 씨가 사는 오피스텔을 찾아 잠복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한 씨를 만났다. 집 문앞에서 강한 악취가 나자 범죄에 확신을 한 경찰은 한 씨를 설득해 2시간 만에 범행을 자백받았다.
한편 경찰에 붙잡힌 한 씨는 '렌터카를 빌려 시신과 함께 나가 약을 구해 나도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