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부드러운 파스텔톤 의상을 입는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탈당 을 발표하던 지난해 2월28일에는 선홍색 재킷을 입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
오랫동안 의류업체를 경영했던 선배 한 분이 여성의류회사를 창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와 해준 한마디다.
박 의원의 의상은 그녀의 강점인 단아함을 최대한 돋보이게 함으로써 범접하기 어려운 특유의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반면 그의 작은 키는 짧은 상의와 무릎을 10cm 가량 덮은 다소 긴 스커트로 보완했다. 단아한 체구는 작으면서도 선 처리가 깔끔한 칼라와 풍성한 A라인 플레어스커트로 마무리했다. 그의 강한 눈빛은 파스텔톤의 의상과 어울려 우아함으로 바뀌었다.
사실 그의 의상을 일반 주부가 소화해내기는 쉽지 않다. 박 의원은 짧지 않은 세월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었다. 또한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대표적 차기 주자 중 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인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듬어지고 또 다듬어져 오늘날 ‘박근혜 스타일’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그가 한 차례 튀는 변신을 보인 적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겸 대통령 후보의 제왕적 정치행태를 비난하고 탈당을 선언했던 날이었다.
그는 새빨간 선홍색 상의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평소의 파스텔톤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그는 그날 자신의 정치운명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전날까지의 고뇌를 떨치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날 아침, 옷장 문을 연 그의 눈에 어떤 색 옷이 들어왔을까? 바로 선홍색 재킷이었던 것이다.
선홍색은 권력을 향한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나폴레옹이 유럽정복에 나설 때 백마 위에서 새빨간 선홍색 망토를 휘날리는 장면을 기억하시라.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나설 때면 전갈, 때로는 독수리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던 것도 패션 속에 내포된 권력에 대한 의지의 상징이다.
지난해 대선을 보름여 앞둔 시점,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가 부산 공동유세를 가졌던 날이었다. 이날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동행했다. 추 의원은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을 만큼 새빨간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당시 그의 표정은 무척 결연했다. 권력 쟁취에 대한 강한 욕구가 선홍색을 선택하도록 하지는 않았을까? 평상시와 전혀 다른 그의 의상 색깔을 보고 필자는 강한 권력욕을 읽었다. 정치인의 생명력은 권력의지(will to power)가 아닌가?
서령창작(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