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새누리당 의원과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의정보고서로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의정보고서를 제작하는 주기는 1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등 의원들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설날이나 중요한 선거 등을 앞두고 제작되고 있다. 설날에 의정보고서가 배포되는 이유에 대해 한 민주당 당직자는 “연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명절이니 집에 다른 가족들도 많이 모이다 보면 정치 얘기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런 날 의정보고서를 보내면 효과가 더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의정보고서는 의원들마다 나름대로의 ‘전략’이 들어간다. 주민들이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인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인지에 따라 의원의 이미지 전략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정보고서는 의원들이 치밀하게 이미지까지 다 신경을 쓴다. 지방 쪽 의원들은 의정보고서 콘셉트를 친숙하고 서민적으로 만들고 수도권 의원들은 세련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의원은 지역구가 농촌과 도시가 같이 있었는데 의정보고서를 각각 다르게 만들었다. 그 안의 내용도 물론 해당 주민들에게 관련된 내용으로 바꿨다. 또 다른 의원은 지역구에 노인층이 많았는데 아예 신문 스타일로 만들어 글자를 큼직큼직하게 찍어 넣는 전략을 택했다”고 전했다.
의정보고서는 크게 책자의 기본 콘셉트부터 내용, 세부적으로는 글자 포인트 크기부터 디자인, 종이의 질 등을 꼼꼼히 따져 만들어진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의정보고서에 담을 사진도 신경을 많이 쓴다”며 “의정보고서나 인터넷 블로그 등에 잘 나온 사진들을 넣어야 하기에 좋은 카메라를 구비해 놓은 의원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의정보고서 제작에 의원들의 관심이 쏠리다보니 의정보고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 의원들의 형편에 따라 의정보고서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방은 자금 형편이 좋지 않아 의정보고서 만들 때 좋은 업체 선정을 못했다”며 “비싼 업체를 쓰면 경력 있고 전문적인 디자이너이 작업하기 때문에 책자가 세련되고 멋지게 만들어진다. 반면 비교적 싼 업체를 쓰면 글자 크기부터 글씨체, 디자인 등을 일일이 의원실에서 신경 써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어렵다”고 털어놨다.
의정보고서 제작을 맡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국회사무처에서 합법적으로 의정보고 지원비가 나오지만 의원들마다 형편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게 되는데 드는 비용에 따라 퀄리티(질) 차이가 많이 난다. 책자를 인쇄할 때 종이의 질과 컬러냐, 흑백이냐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나고 디자이너 수준도 그렇다”면서 “심하면 (의정보고서를 만드는) 가격이 두 배나 차이가 나는데 보통 국회의원들 한 지역구가 7만~10만 세대가 있다고 치면 기본 메이저 업체에서 1200만~1500만 원 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렴하게 하면 1000만 원 미만으로 내려가는데 질적으로 많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의정보고서에 담길 의원들의 의정활동 성과도 중요하다 보니 암암리에 ‘끌어다 쓰기’라는 편법이 쓰이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의정보고서에는 되도록 업적을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된 지역구에서 그 당이 한 일이면 뭐든 다 업적으로 집어넣는다”며 “당 차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한 일도 자신의 업적이라고 넣기도 한다. 그러니 서로 자신이 했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