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씨가 실종 직전 타고 있던 사고난 모닝 차량. 사진제공=진주경찰서
강 씨의 실종사건은 지난 5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밤 8시께 남해고속도로에서 차 2대의 교통사고가 연달아 일어난다. 폭우 속에서 순천 방면으로 달리던 BMW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후 뒤따라오던 강 씨의 모닝 차량이 왼쪽으로 급하게 진로를 틀며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1차선에 멈춰 섰다. 그로부터 8분 후, 사고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레커차 4대가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도착했고, 20분 후 레커차의 신고를 받은 119와 경찰이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BMW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와 부상을 입은 운전자의 부인은 가드레일 밖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반대편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모닝 차량의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닝 차량을 운전했던 강 씨의 핸드폰과 지갑, 신발은 모두 그대로였다. 운전자 강 씨만 홀연히 사라진 것.
사건 초반 경찰은 강 씨가 사망 후 유기됐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진주경찰서 이현순 형사과장은 “사고 이후 모닝 차량 운전자와 BMW 운전자가 언쟁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유기했을 가능성, 사건현장에 도착한 견인차가 사고를 내고 유기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BMW 운전자와 모닝 운전자 강 씨 사이에 언쟁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생각했다.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한 후 BMW 운전석에 있던 남편보다 먼저 깨어난 부인이 차량 밖으로 나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이 뒤에서 달려오는 강 씨의 모닝차량이 부인을 친 다음 반대편 중앙분리대에 들이받았고 이에 나중에 정신을 차린 남편과 모닝 운전자 강 씨 사이에 언쟁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강 씨의 깨진 유리창 사이에서 발견된 14가닥의 머리카락은 국과수 검사결과 BMW 조수석에 타고 있던 부인의 모발로 판명 났고, BMW 부인이 입은 부상 또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사고로 생겼다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했다. 그러나 BMW 운전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해 아내의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은 ‘조작’이라며 모닝에 부딪힌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씨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의심을 받은 사람이 또 있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레커차 기사 심 아무개 씨(34)였다. 심 씨가 용의 선상에 오른 이유는 견인차 기사들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BMW 차량을 견인했던 심 씨의 지인인 레커차 기사가 모닝 차량을 견인하는 레커차 기사에게 심 씨를 못 본 척해달라고 했다는 것. 이와 관련, 심 씨는 한 방송을 통해 “역주행을 했기 때문에 벌금을 물까봐 그랬다. 다른 차가 사고차량을 견인해 가기로 결정 난 마당에 벌금이라도 물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 도착한 심 씨의 레커차가 후진을 하다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강 씨를 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강 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심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했던 심 씨의 레커차에서는 강 씨의 신변과 관련한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기자는 심 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심 씨는 지친 기색으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던 지난 2013년 11월 강 씨와 관련한 수사가 공개수사로 전환됐다. 진주경찰서 이현순 형사과장은 “강 씨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추가로 확보한 목격자에 의하면 강 씨로 보이는 사람이 도로 밖으로 나가서 다른 방향으로 나갔다는 진술이 있었다”며 “기억 자체가 정확한지 의문이지만 전체적인 정황을 봤을 때 강 씨일 확률이 높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 씨가 빚 때문에 고민해왔고, 사고가 난 당일에도 채무관련 일정을 끝내고 진주로 향하고 있었다는 점도 강 씨를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였다.
그리고 지난 1월 초 결정적인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해당 목격자는 SBS를 통해 사고당일 맨발로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 갓길에서 도움을 요청하던 강 씨를 발견했고 현금 3만 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진주경찰서 실종전담팀 관계자는 “방송에 제보한 그 목격자는 경찰과 접촉했다. 실제로 강 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10만~15만 원가량을 빌려달라고 했고 제보자의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적어갔다고 했다”며 “그 후로 강 씨를 봤다는 결정적 제보는 없었다. 함안군청 근처에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제보는 물론 함안군청에 나타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은 수사 중이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