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퀘어는 3분의 1 정도인 7개 층이 비어있는 상태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오후 3시에 다시 찾은 서울스퀘어 지하상가는 불과 2시간 전의 북적이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 직원 말고는 지나다니는 사람 거의 없이 한산했다. 2년 전부터 서울스퀘어에서 점포를 운영하며, 서울스퀘어 측과의 소송에 대표로 나서고 있는 이 아무개 씨는 점심시간 반짝 매출만으로는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우리 가게는 3.3㎡(약 1평)당 한 달 임대료와 관리비가 35만 원 정도다. 서울 전체로 봐도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많다. 매출을 올리려면 서울스퀘어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비가 있어야 하는데 건물 상주인구가 너무 없다”며 “계약할 때 건물주 측은 상주인구가 8000명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공실률이 40~50%나 돼 상주인구가 2000여 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입주해있던 LG 계열사들이 2011년 말부터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계약 당시에는 이런 설명이 하나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 서울스퀘어의 3분의 1 정도인 7개 층이 비어있는 상태다.
앞서의 이 씨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예전부터 있던 업체들도 신규 입점 점포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해달라는 것이지만 건물주 측은 계약서에 적힌 대로 이행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건물 소유주가 펀드로 구성돼 있으니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러한 상가 입주민들과의 갈등에 대해 케이리츠앤파트너스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만 밝혔다.
서울스퀘어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른 유명 대형 빌딩에서도 결국 상가 입주민들이 가게를 철수해 빈 공간으로 남겨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일요신문>(1102호)은 지난해 6월 손님이 찾지 않아 상점 주인들이 떠나 빈 점포만이 남은 가든파이브의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기자가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가든파이브 라이프동은 여전히 찾는 손님 없이 부스마저 철거된 휑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개선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이 가든파이브 라이프동을 일괄 임대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서울시는 SH공사와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관리법인, 라이프동 상가활성화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7일 현대백화점과 일괄 임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최종 협약 체결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일괄 임대 대상은 라이프동 테크노관과 리빙관 지하 1층에서 지상 4~5층까지로, 입점 상인 등 소유주들이 현대백화점에 상가를 빌려주고 운영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강변 테크노마트 내 전자제품 매장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준필 기자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한 강변 테크노마트 역시 과거의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테크노마트의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기기를 파는 층에는 가든파이브처럼 업체가 빠져 빈 부스로 남아있는 곳이 많지는 않았지만, 매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테크노마트의 한 전자기기매장 운영자는 “요즘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구매를 많이 하지, 직접 사러 오지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이렇게 매장을 따로 차려놓을 이유가 없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은 구로구의 신도림 테크노마트도 비슷했다. 이에 테크노마트 건물주 입장에서는 빈 점포를 줄이기 위해 층을 통째로 일괄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는 4층에 가구 전문 매장이, 강변 테크노마트에는 2~3층에 웨딩홀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매장이 들어섰다고 해도 매출이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가구 매장의 한 관계자는 “건물 이름부터 테크노마트다보니 손님들도 전자기기 전문 매장만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며 “그러니 찾는 손님이 많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