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는 1992년 학술발표회를 통해 ‘연륜연대학의 원리와 응용’을 발표하며 일약 국내 유일의 연륜연대학 학자로 떠올랐다. 그동안 연륜연대학은 해외에서는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연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후 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기 시작했다. 전국 문화재 발굴현장에 찾아가 제작 연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박 교수가 제작 연대를 밝힌 문화재만도 숭례문 목부재, 경복궁 북문 등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목재연륜소재은행’을 만들어 은행장을 맡아 600개에 달하는 나이테 시료를 연구하고 사회에 기여한 바 있다. 연구 성과가 쌓이면서 문화재와 관련한 목재는 모두 박 교수의 연구실로 분석 의뢰가 들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박 교수는 지난해부터 숭례문 종합점검단 위원으로 위촉돼 숭례문 부실에 대한 조사를 맡은 바 있다. 국내 유일의 연륜 연대 측정 전문가인 관계로 박 교수는 문화재청과 경찰의 의뢰를 받아 숭례문 복구에 사용된 금강송과 러시아산 소나무의 나이테를 비교 측정했다. 하지만 검증 결과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 무렵 박 교수는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박 교수의 죽음을 둘러싸고 안타까움은 더해지고 있다. 충북대 목재종이학과 한 학생은 “항상 반듯하셨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대하셨다. 학과 학생들 모두 충격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의 한 동료는 “국내 최고의 권위자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간 것에 너무나 안타깝다. 이 일로 학문적 소신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박 교수의 사망을 두고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나이테 연대학이 50년을 퇴보하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