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보다 시장가치가 높은 곳은 삼성증권, 키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단 세 곳뿐이었다. 그나마 삼성증권도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시장가치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했다. 주식 및 펀드 거래 급감으로 증권사 지점들이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결과다. 본사의 투자부문도 채권시장 부진으로 수익을 못 내다보니 지점에서 난 손실을 만회해주지 못하게 됐다.
동부, 교보, 유진투자 등은 청산가치대비 시장가치가 20%대에 불과했고, 매물로 나온 동양증권은 간신히 30%에 턱걸이했다. 대형사로 꼽히는 대신증권은 35%에 불과해 체면을 구겼다. ‘빅5’에 속한다는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은 청산가치의 딱 절반만을 인정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시장가치가 청산가치의 30% 아래로 떨어지면 M&A(인수·합병)를 할 가치도 없는 회사 취급을 당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보면 왜 이처럼 가혹한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다. 24개 증권사 가운데 9개월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시장수익률(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2.5%의 75%인 1.69%)을 웃돈 회사는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뿐이었다. 지난해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인 10~12월에도 증권사들은 거의 돈을 못 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익명의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 상황이면 앞으로 문을 닫는 증권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