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는 몸을 사리고 비주류는 분란을 일으키는 등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 내에 자중지란이 일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왼쪽)와 황우여 당 대표. 박은숙 기자
B 의원은 “현역이 빠진 자리를 새누리당 후보가 다시 채울 수만 있다면 출마를 말려선 안 되는 것 아니냐. 수도권은 현역을 못 세워도 영남권은 현역이 많이 나올수록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C 의원은 아예 “지방선거에서 지면 앞으로 모든 선거가 불리해진다.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해야 하는데 온실에서 배부른 소리만 하고 있다”며 “솔직히 황 대표 능력이 뭐 있나. 원내대표 당대표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인데 기꺼이 몸 바쳐 희생해야지, 국회의장 하려고 수 쓰는 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원칙대로라면 5월에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당에선 8월 전당대회가 기정사실화됐고, 원내대표 경선도 3월이나 4월, 조기에 치러져 원내대표가 선대위나 비대위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말이 번지고 있다. 즉 황우여 당 대표 체제나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는 오는 지방선거에서 빠진다는 말과 같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나오는 모든 설들을 종합하면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박 대통령 덕분에 권세를 누렸던 사람들은 다 빠지고 다른 사람들을 방패막이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 이름이 안 나오는 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아닐까. 8월 전당대회도 비바람 다 피한 뒤에 당권 맡겠다는 사람들의 바람이다. 당이 이래선 안 된다.”
그런데 당 지도부와 친박계 실세들의 속 보이는 후퇴를 두고 나서서 말하는 이들이 없다. 사석에선 불만이 들끓지만, 공론화에는 서로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18대 국회에선 좌우 살필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줄을 서면 됐다. 19대 공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대 상수와 같았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선 누가 공천권을 쥘 것이냐가 정해지지 않았다. 상수는 없고 변수만 있으니 눈치 볼 수밖에. 오히려 8월에 전당대회가 이뤄지면 그 당 대표가 20대 총선을 지휘할 가능성이 크니 차라리 8월에 하자고 말하는 의원들도 많다.”
이 와중에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온통 비주류들뿐이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민 여론은 살피지 않고 청와대 눈치만 보면 국민이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은 “3월이나 4월에 원칙대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당 지도부와 친박계를 겨눴다. 이재오 의원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런 ‘내부 총질’을 두고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복선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진 원희룡 전 최고위원, 김성태 의원, 이재오 의원(왼쪽부터).
더 큰 문제는 친박계 실세 사이에서도 조율이 매끄럽지 못한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군과 관련한 이야기다. 홍문종 당 사무총장이 정몽준 의원의 출마를 조르고 있지만 원내 고위 당직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한 기관 관계자는 “정 의원 카드론 어렵지 않겠냐는 이야기로 당 지도부 사이에선 이견이 있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거론되는 후보 모두가 경선보다는 추대를 원하고 있어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친박계마다 생각이 다르고 각개전투식으로 사람을 영입하려 하니 인재 영입과 발굴에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의 3자 대결로 보이지만 일부는 낙천할 수도 있는 ‘흥행 불쏘시개’로선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 있다는 말도 있다. 여권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자.
“정 의원으로선 서울시장에 나섰다 패배하면 정치생명이 위험해진다. 그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서울시장에 나서려 하겠는가. 주위에서도 말리는 이들이 많다고 하던데….”
“정작 청와대에선 이들 서울시장 후보군을 두고 마뜩찮아 한다는 말이 있다. 정 의원은 과거 여러 차례 경선에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격한 감정대립도 있었다. 거기에다 서울시장이 되면 정 의원은 바로 대권가도를 달려야 한다. 그러면 또 현 정부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이를 원하겠는가.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그의 주변에는 친이계 인사가 포진해 있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친박계에서도 서울시장 카드로 쓰기엔 좀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지금으로선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에 기댈 수밖에 없는 눈치다. 그래서 당 지도부는 연일 “야권 연대는 구태 정치”라며 남의 밥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인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