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검찰청은 각종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체육단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인 감사 끝에 수사 의뢰한 체육단체 10곳에 대한 것으로, 국내 대표적 체육단체들이 대부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목할 점은 검찰의 수사 의지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에서 직접 사건을 검토한 이번 사안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2부 및 전국 일선 검찰청에 배당됐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특별수사의 ‘본산’ 역할을 하고 있는 특수부 라인에서 수사를 담당하면서 체육단체 비리를 밝혀내는 데 화력이 집중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대대적으로 선언한 만큼 검찰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쏟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높은 것이다.
체육단체 10곳은 대한배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야구협회 등 굵직한 곳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대한배구협회, 특수2부는 대한야구협회 비위 사건을 맡았다. 대한배구협회는 부회장 2명이 회관을 파는 과정에서 건물 가격을 부풀려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회관 매입 과정에서 감정가 ‘130억 원’의 건물을 장부상 ‘180억 원’에 매입해 50억 원의 차액을 횡령했다는 것. 이밖에도 지난 2009년 K 건설로부터 현재 대한배구협회 사옥으로 사용 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협회 고위 임원의 친형이 수억 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십억 원이 오고 간 사건인 만큼 향후 수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상당한 상황이다.
특수2부가 맡은 대한야구협회 비위 수사는 전직 사무처장 등 직원들이 지난 2012년 세계청소년 선수권 대회 사업비 7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진행 중이다. 해당 직원들은 대회 경비를 중복으로 정산하는 방법으로 사업비를 횡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한공수도연맹, 대한복싱협회 등 3개 단체의 비리 수사를 맡아 어느 때보다 분주할 전망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사무국장 등이 5억 원 상당의 후원물품을 빼돌린 혐의를, 대한공수도연맹은 회장 아들이 선수 훈련수당 1억 4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태권도협회에 대한 수사도 한창이다. 수원지검은 경기도태권도협회를, 울산지검은 울산시태권도협회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태권도협회는 회장 A 씨가 협회 예산 550만 원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전액 환수된 바 있다. 태권도협회 내부에서는 경기도협회와 울산협회를 계기로 수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완전한 비리 실태가 드러날 때까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사 의뢰를 해 오면서 보내온 자료만 있는 상태”라며 “기본적인 내용 외에는 사실상 확인된 부분은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전했다.
수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일부에서 관측된 ‘대대적인 수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수부 라인을 총동원할 만큼 검찰이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그다지 큰 사건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암암리에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체육단체의 비리가 대대적으로 드러났다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슈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우선 몇몇 체육단체를 제외하곤 액수가 미미하고 사건도 ‘대형사건’이 아니라 개인비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청와대의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기에 겉은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정작 ‘주력’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언에 따르면 검찰이 직접 사건을 조사하기보다 검찰 수사관이 조사를 거의 담당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