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질 논란을 빚었던 윤 장관이 1년 만에 전격 해임된 데는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가 결정타가 됐다. 윤 장관은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이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름 유출 사고에 이어 같은 지역에서 화재 사고도 발생하자 GS칼텍스의 이미지는 갈수록 실추되고 있다. GS칼텍스 입장에서 사업 거점 지역인 여수지역 민심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도 아픈 부분이다. 다행히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1시간 만에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사고를 늦게 신고하고 기름 유출량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신고보다 원유 유출을 먼저 막는 게 급선무였다”면서 ‘늑장 신고’에 대해 억울해 했다.
가뜩이나 GS칼텍스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4분기 GS칼텍스는 1031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피했으나 649억 원에 그쳐 전분기 대비 무려 81.4% 급감했다.
GS칼텍스 순손실은 (주)GS 실적에 치명타가 되었을 뿐 아니라 GS그룹 전체 실적이 감소한 데 악영향을 끼쳤다. (주)GS 관계자는 “건설은 자회사가 아니라 지주회사 실적에 영향이 없지만 자회사인 GS칼텍스의 실적은 지주회사 실적과 직결된다”며 “(주)GS의 실적 악화는 칼텍스 실적이 저조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주)GS는 GS칼텍스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GS칼텍스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정유·화학업종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환율이나 국제유가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어서 전망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힘들다”면서 “석유화학과 정유 쪽 마진이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GS칼텍스는 여수 기름유출에 이어 화재 사고까지 연달아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덕해수욕장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7일 GS건설은 “투자자금 확보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시기, 규모,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음”이라고 공시했다. 회복 국면을 보이던 GS건설 주가는 이날 장 시작 전 이 같은 공시 때문에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2만 9400원으로 마감, 3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유통부문이 선방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조 1747억 원, 영업이익 34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15.7% 증가한 것으로서 그룹의 주력 사업부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GS리테일의 이 같은 성적은 편의점의 성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경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 실적을 주목하며 “정부 규제와 불황, 업계 구조조정 속에서도 계속되는 GS25의 고성장은 GS수퍼의 실적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선전했다고는 하나 GS리테일의 규모는 GS칼텍스나 GS건설과 비교해 너무 작다. GS리테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실적을 거둔다 하더라도 GS칼텍스와 GS건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GS그룹 전체 실적이 크게 좋아질 리 만무다.
GS 관계자는 틈날 때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며 허 회장의 책임감을 덜어내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총수로서 그룹의 주력사업들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그 역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전경련 회장으로서 취임 초기 보였던 소신 발언 등을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다.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으며 ‘전경련 해체론’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전경련이 회원사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맡고 있는 GS그룹과 전경련, 모두 위기다. 허창수 회장의 리더십 역시 위기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