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인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불참을 놓고 재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유상증자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던 쉰들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계획하는 유상증자는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며 “과거에도 세 차례 유상증자를 했지만 목표한 재무구조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쉰들러는 이어 “매출목표의 4분의 1가량이 고유의 사업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문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계열사 지배권 유지를 위한 무리한 증자로 주주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M&A(인수·합병) 시도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쉰들러가 유상증자에 불참하고 신주 인수권을 처분함에 따라 유상증자 이후 쉰들러의 지분율은 30.9%에서 21% 정도로 낮아지게 된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40.1%에서 37.68%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현정은 회장이나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위협에서 당장은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쉰들러의 유상증자 불참이 현대그룹에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 불참도 결국에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쉰들러의 ‘경영권 흔들기’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파생상품 손실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하락세에 있다. 그런데 쉰들러가 유상증자 불참을 발표하자 주가는 더 떨어졌다”면서 “쉰들러 입장에서는 주가를 더 떨어뜨려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상증자를 해도 목표했던 1941억 원을 얻어내지 못하게 하려는 계산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쉰들러 회장
신주인수권 처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쉰들러가 신주인수권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를 지목해 넘긴다면 현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쉰들러 관계자는 “쉰들러가 신주인수권을 제3자에게 넘겨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추측은 쉰들러를 적대적 M&A 기업으로 몰고 가려는 루머”라고 강조하며 “신주인수권 처분 방법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지만, 시장에 내다 팔 것이다. 이후 그 내용을 투명하게 밝힐 예정이기에 그런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쉰들러가 적대적M&A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는 것이 현대엘리베이터와 얽혀있는 소송을 유리하게 하려는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쉰들러는 지난 1월 10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7180억 원의 손해배상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이 현대상선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업과 무관한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최근 3년간 회사에 6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쉰들러는 지난 3일 유상증자 불참 기자회견에서 ‘적대적M&A 의도가 없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며 “이런 주장을 통해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와의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쉰들러 측은 이러한 현대그룹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쉰들러 관계자는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0.9%에 투자를 한 투자자”라며 “투자 손실을 낸 경영진에게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투자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것을 자꾸 ‘경영권 분쟁’ 프레임으로 엮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