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수현씨 | ||
그가 사망한 지 2년이 흐른 지금, 일본에서는 그의 죽음을 계기로 설치 및 운용되고 있는 장학회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장학회의 운영자라고 할 수 있는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의 아라이 이사장(한국명 박시찬)이 초기 후원금 가운데 1천3백만엔(약 1억3천만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바로 그것.
장학회 설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이씨의 사망 직후.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 2001년 6월 준비위를 발족한 장학회는 사망 1년 뒤 ‘이수현 아시아 장학회’라는 명칭으로 정식 법인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에서 이씨의 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장학금 전달식을 열어 일본어학교에 유학중인 93명의 한국 및 중국 출신 학생들에게 6개월 동안 매월 2만5천엔(25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키로 하는 증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장학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 후원금 형식으로 계속 접수된 후원금의 규모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차이를 빚고 있다는 점이다. 그 규모는 대략 1천3백만엔(1억3천만원) 수준이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아카몬카이 학교의 전 교장 이시다씨였다. 그에 따르면 현재 장학회는 학교와 분리된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장학회 출범 이전의 준비위 기간에는 아카몬카이 학교의 아라이 이사장과 그의 부인, 그리고 이 학교의 학교담당 O씨 등 세 명이 후원금을 관리했다고 한다.
▲ ‘이수현 장학회’를 설립한 아카몬카이 일본어 학교. | ||
특히 그에 따르면 이씨의 사망 직후 일본 내 각 언론사를 통해 접수된 후원금과 조의금이 아라이 이사장의 개인통장으로 입금됐다. 게다가 이 후원금을 일일이 기재하는 장부도 없이 단순하게 현황판에 총액만 기재할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
이에 대해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이시다씨가 후원금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장부 기입을 주장하자 이사장측에서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장부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이시다씨는 현황판에 분명 2천3백만엔이라는 금액이 적혀 있었는데 장부에는 구체적 내역도 없이 1천만엔이라는 총액만 기록됐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1천3백만엔이 중간에 증발해 버린 셈이었다.
이시다씨가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준비위 기간에 후원금을 관리한 것은 아라이 이사장과 그의 부인 등 최측근 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후원금 장부가 마련된 이틀 뒤 공교롭게도 이시다 당시 교장이 이 일을 하루 동안 맡게 됐고, 이 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
이날 이시다씨는 직접 후원금을 들고 찾아온 몇몇 사람들에게 1만∼3만엔 가량의 후원금을 접수했다. 물론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일일이 장부에 자필로 기록해 두었다.
따라서 이시다씨는 “별도의 이중장부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당시 장부를 살펴보면 1천3백만엔의 후원금 누락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는 자연스레 판가름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장학회 후원금 운용을 둘러싼 잡음 때문에 당시 일본에서는 아카몬카이 졸업생과 학생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진상을 규명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아라이 이사장은 이를 끝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준비위 기간에 아라이 이사장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접수됐던 후원금에 대한 관리가 이후 장학회 정식 출범과 함께 장학회로 완전히 이관되면서 이 문제도 그대로 묻혀 버리고 말았던 셈이다.
그러나 이시다씨를 비롯, 당시 후원금 유용문제를 제기했던 많은 사람은 아직까지도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측은 “이수현 후원금은 생각보다 적었다”고 말한 뒤 “후원금 유용은 전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일본= 김성동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