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의원(오른쪽)의 해양수산부 장관 발탁으로 차기 전당대회 구도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의 교통정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청와대 제공
정치권에선 차기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으로 이주영 의원을 점찍었다. 지난해 최경환 원내대표와의 경선에서 8표차로 석패, 친박계에서도 최경환 비토세력이 있음을 증명한 그였다. ‘대 청와대 예스맨은 원치 않는다’는 표의 결집이 이주영 쏠림 현상을 불렀다. 그런 이 의원이 원내대표 3수에 도전하면 그 진정성에 화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선거구도도 괜찮았다. 비주류 대표격인 5선의 남경필, ‘충청권 역할론’을 꺼내 든 3선의 이완구 의원에다 부산 3선 유기준 의원이 가세한 형국이었다.
정치권 사정을 잘 파악하는 여권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가 그 관행을 깼을 뿐이지 원래 원내대표는 4선급이 맡아왔다. 최 원내대표가 그리 훌륭하게 미션 클리어(Mission Clear, 임무완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3선인 이완구 유기준 의원은 자격 미달로 보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그러면 이주영 대 남경필 대결이 되는데 결과는 뻔했다”고 했다. 보수정당답게 새누리당은 선수와 나이를 우선시하는 관행이 있다.
그런 가운데 울산시장 출마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던 정갑윤 의원이 ‘국회 내 역할론’을 들며 돌연 유턴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윤진숙 해수부 장관 퇴임식 이후 네 시간 만에 발탁됐다. 누가 봐도 청와대의 교통정리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 역할론도 회자되고 있다. 서 의원을 포함한 몇몇 친박 인사들이 이 의원의 장관 발탁이라는 묘수를 생각해낸 뒤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것이다. 윤진숙 전 장관의 갑작스런 경질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고민하던 친박 입장에선 오히려 호재가 된 셈이다.
정갑윤 의원은 혹자의 표현대로라면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4선 친박계 중진. 그는 최근 박 대통령의 인도 스위스 방문을 수행하면서 울산시장 출마를 두고 충분히 작업했다는 말까지 들렸다. ‘특사 공천설’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런 정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란 말이 파다해졌다.
일각에선 이주영 의원 발탁이 충청권의 이완구 의원을 돕기 위한 청와대의 배려라고 읽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재·보궐 선거로 입성한 이완구 의원이 곧바로 원내대표로 직행하면 당내 불만이 얼마나 크겠느냐”며 확대 해석이라 지적했다. 이주영 의원을 내각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차후 당권주자들에게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을 들어보자.
김무성 의원
울산의 다른 사람이라 함은 김기현 정책위의장을 뜻한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말을 해줬다.
“정갑윤 의원이 원내대표에 나서면 아무래도 친박계 표심이 그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울산의 4선 원내대표가 확정되면 부산·경남에서 당 대표는 아무래도 어려워진다. 한 지역이 당대표, 원내대표를 독식하는 경우는 없었다. 가장 큰 타격은 김무성 의원이 입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너는 안 돼’라고 말한 셈이다. 차기 당 대표는 부·울·경 외 지역에서 뽑혀 지역적 균형, 어떤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일각에선 ‘영남·충청 동거론’을 거론하며 ‘김무성(당대표)-이완구(원내대표)’ 체제를 말한다. 이 역시 청와대가 친박 원내대표 후보군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렸다. 정치권에선 김용태 김성태 김영우 의원 등 비박계 비주류 의원들이 ‘원칙대로 5월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것을 ‘김무성 밀어주기’로 해석한다. 전당대회 구도가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동시에 하거나 앞서 하면 현 대세인 김무성 의원의 당권 장악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 의원 발탁을 두고 앞으로 청와대가 여의도에 대한 리모컨 정치를 노골적으로 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청와대가 가진 패를 아끼지 않고 쓸 것이란 해석이다. 여권 인사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예전 김무성 의원이 당권주자로 나설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여의도에선 이런 말도 있었다. ‘김 의원이 나서면 청와대가 장관으로 빼 갈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이어서 정무장관을 부활시켜도 그 적임자다. 사람 빼가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가 가진 카드는 정말 다양하다. 지역 숙원을 해결해주거나 특구 지정, 시범지구 등을 만들면서 의원 하나를 영웅으로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역적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주영 발탁도 그런 맥락이라 본다.”
1년 전, 한 친박계 핵심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1기 내각을 총평하며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두 1년짜리 내각이다. 길어도 2년은 못 간다. 학자나 연구원 출신의 전문가 내각은 정치권과 불협화음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유정복 조윤선 장관 등이 일을 더 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평가가 나오면 정치인 출신의 내각 기용에 길이 열린다. 친박계는 일단 고분고분 얌전히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 중진 차출론의 주인공을 보면 모두 친이계이거나 비박계 인사들이다. 친박계는 의회 울타리에 가두려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를 치러 친박계가 당을 계속 장악하려면 친박계 전력이 더 많아야 한다. 개각론도 식지 않고 있다. 1년 전 그 의원의 예측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