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영역이 다른 이 두 단체가 왜 충돌했을까. 사연은 이렇다. 협회는 오는 2005년에 열리는 세계피부미용대회 및 박람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려 했다. 그러자 중앙회가 “협회는 행사 주최 자격이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왔던 것.
‘협회가 2005년에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앙회는 지난해 11월 국제 미용사 단체인 ‘시데스코(CIDESCO)’에 공문 한 통을 발송했다. 그런데 중앙회가 발송한 공문이 화근이었다.
중앙회는 공문을 통해 “조수경씨(협회 회장)는 우리(중앙회)의 동료였으나, (지금은)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의 조직을 대표하고 있다”라고 포문을 열었던 것.
그러면서 “정부의 허가를 받은 법인단체는 중앙회이며, 협회가 2005년 행사를 주최할 경우 시데스코 명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2005년 행사를 우리(중앙회)에게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앙회가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협회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측에서도 시데스코에 공문을 보내 “(지난 2001년) 중앙회에서 독립한 협회는 지난 1986년부터 시데스코 회원이다”라며 “초대 회장부터 현재의 조수경 회장까지 시데스코 본부에 보고했다”라며 시데스코 회원임을 강조했다. 협회가 중앙회에 소속돼 있을 때부터 시데스코에 회비를 내고 있었다는 얘기다.
▲ 한국피부미용관리사협회 사무실. | ||
이에 대해 중앙회 김주연 사무총장은 “사단법인인 중앙회가 법적으로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시데스코에 알려주기 위해 서류를 보냈을 뿐, 협회의 2005년 행사 유치를 방해하려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협회측은 중앙회가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를 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시데스코는 처음엔 2005년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앙회에서 ‘법인단체가 아닌 협회는 행사를 주최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데스코에 보내면서 일이 틀어졌던 것이다.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자 시데스코에서는 2005년 행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유보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행사 유치가 물 건너 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협회는 시데스코 회원 자격을 갖추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정부에서 사단법인으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05년 행사를 우리나라에 유치할 수 있도록 시데스코 회원 자격 요건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두 단체가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은 비단 이번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1월 중앙회 산하 5개 위원회 가운데 하나였던 피부미용위원회에 소속돼 있던 일부 회원들이 중앙회를 탈퇴, 독립된 협회를 결성하면서 두 단체의 갈등의 골은 깊어갔다.
협회에선 “피부미용업에 일하는 사람들이 머리 미용사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은 시간과 경제적인 낭비”라며 탈퇴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피부미용사로 일하기 위해선 머리 미용사 자격증을 따야만 한다.
협회의 조수경 회장은 “엄연히 머리 미용과 피부 미용은 일하는 영역이 다르다. 그럼에도 피부미용사로 일하기 위해선 미용사 자격증을 따야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협회측에선 정부측에 별도의 ‘피부미용관리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을 개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