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조폭 | ||
이는 지난 6월11일 서울지검 강력부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가 서울지검에 설치한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청와대와 수사기관에서 ‘조직 폭력배 소탕 작전’의 신호탄을 쏜 것.
취재과정에서 <일요신문>은 서울지역 조직폭력배 현황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조폭관련 경찰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서울지역 조직폭력배의 현주소를 낱낱이 적시하고 있는 이 문건은 ‘합동수사부’가 ‘수사용 자료’로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 따르면, 서울지역 31개 경찰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조직폭력배는 모두 31개파 3백30명. 이들 가운데 ‘양은이파’가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이글스파’와 ‘범이글스파’가 각각 22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신OB파’ 13명, ‘대흥동파’와 ‘상택이파’, ‘텍사스파’ 등이 각각 12명, ‘범서방파’와 ‘만식이파’ 등이 11명씩 경찰의 관리대상에 올라 있다. 이밖에 ‘종진이파’와 ‘모래내파’가 각각 9명, ‘까불이파’ 7명, ‘신중앙파’ 6명이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70년대 주먹세계 ‘3대 패밀리’였던 ‘양은이파’와 ‘범서방파’, ‘OB파’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조직이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과거의 보스들은 모두 ‘현직’을 떠난 상태지만, 일부 조직원들이 현재까지 주먹세계에 몸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이들 조폭은 요즘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경찰에서 파악하고 있는 이들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자. 경찰의 관리대상자가 가장 많은 ‘양은이파’의 보스였던 조양은씨는 현재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목회자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엔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를 회고한 인터넷 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경찰 관계자도 “실질적인 양은이파는 와해된 상태지만, 과거 양은이파에 속했던 조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주먹세계를 평정했던 ‘양은이파’는 사라졌지만, 일부 조직원은 아직도 경찰의 감시 대상이라는 것.
‘3대 패밀리’의 하나였던 ‘범서방파’는 현재 청송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태촌씨(55)가 결성한 조직. 김씨는 지난 1974년 서울로 올라와 목포 출신인 박아무개씨가 이끌고 있던 ‘번개파’에 들어가 활동했다. 그러다가 76년 말 오아무개씨 등을 규합, 고향 이름을 따서 ‘서방파’를 결성했다. 그는 77년 2월부터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으며, 1986년 7월에는 인천 N호텔 사장 황아무개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런 혐의로 그는 장기간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그러자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낙향한 것으로 경찰을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도 ‘범서방파’의 일부 조직원들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김씨가 2004년 10월 만기 출소할 예정이어서, 이후에도 감시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신OB파’의 두목 유아무개씨(42)는 지난 87년부터 ‘3대 패밀리’의 하나였던 ‘OB파’의 부두목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OB파’가 ‘양은이파’의 공격을 받아 두목이었던 이동재씨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자 조직은 와해됐다.
그러자 유씨가 ‘서방파’를 이탈한 후배들을 다시 규합해 1998년 4월 ‘신OB파’를 조직했던 것. 이들은 서울 반포동 일대 안마시술소 등에서 금품을 갈취, 두목 유씨를 포함해 3명이 구속된 상태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두목 유씨는 항소심 대기중이다.
경찰은 특히 이 조직의 고문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씨가 최근 동남아 일대를 자주 드나들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또 다른 고문 김아무개씨도 언제 어느 때나 다시 조직을 규합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3대 패밀리’ 외에 경찰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조직은 옛 ‘이글스파’에서 파생한 ‘신이글스파’와 ‘범이글스파’를 꼽을 수 있다. 서울 신림동 일대에서 ‘영업중’인 ‘신이글스파’의 모체는 지난 78년에 결성된 ‘이글스파’.
‘이글스파’의 두목 윤아무개씨는 당시 S공고 불량서클 학생들을 불러모아 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80년대 초 ‘이글스파’ 두목과 조직원들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면서 조직은 와해됐다.
▲ 지난 90년 검찰에 구속되는 김태촌씨. 내년 만기 출소 예정이다. | ||
현재는 허리디스크에 걸려 병원 치료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가 지금은 조직원들과 연락을 끊었으나, 서울 관악구와 구로구 일대에서 활동하는 후배들과 다시 뭉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의 관리대상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글스파’에 뿌리를 둔 또 하나의 조직으로 ‘범이글스파’가 있다. 이 조직의 두목 김아무개씨(36)는 지난 1998년 1월 신림동에서 ‘신이글스파’와 ‘상도동파’, ‘산이슬파’ 등의 조직원들을 모아,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신림동 일대 업주들로부터 금품을 갈취,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조직원 3명은 현재 강도 혐의로 수감된 상태.
그런데 감옥에서 출소한 조직원 19명이 현재 특별한 직업도 없이 신림동 일대를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경찰은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직자들이다 보니 언제든 다시 뭉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밖에 전남 나주와 영산포 출신들이 만든 ‘대흥동파’는 한때 ‘범서방파’의 방계조직이었다. 1991년엔 당시 두목이었던 최아무개씨가 반대파에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두목으로 올라선 이아무개씨(40)가 반대파에 대한 보복공격을 결심했다. 그리고 1994년 12월, 서울 삼성동 N호텔 앞에서 두목 최씨를 죽인 박아무개씨를 살해하기로 모의했던 것.
하지만 이들의 ‘거사’는 실패로 끝났다. 박씨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박씨로 오인해 흉기로 찔러 살해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두목 이씨는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이며, 조직원 12명 중 8명도 감옥에 갇힌 상태다.
또 서울 성북구 동선동 일대를 무대로 활동하던 ‘상봉이파’의 행동대원이었던 아무개씨(33)는 지난 1995년 3월 동네 선후배들을 규합해 ‘만식이파’를 결성했다. 이들은 동선동 일대 유흥가를 중심으로 담배 강매와 업주를 상대로 한 협박 갈취 등으로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두목 아무개씨는 현재 동선동에서 경품오락실을 운영하며, 조직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 집중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진이파’의 두목 아무개씨(49)는 지난 1989년 서울 반포동에 유령회사인 ‘J무역상사’를 차려놓고, 유흥업소 업주와 연예인 등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할 목적으로 조직을 결성했다.
그는 청부폭력에도 가담했으며 특히 개그맨 K씨를 협박, 9백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쇼핑몰 분양과 관련해 5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두목 아무개씨는 현재 간경화 치료중이며, 부두목 이아무개씨도 지병이 있어 강원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동대장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조직이 사실상 완전 해체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런데 두목 아무개씨는 최근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두목 아무개씨가 주먹세계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말한다.
모래내시장 주변 동네 후배들을 규합한 강아무개씨(37)는 1999년 2월 ‘모래내파’를 결성, 단독주택을 전세내 집단 합숙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래내파’는 지난 2001년 6월 서울 갈현동에서 반대파인 ‘연신내파’ 조직원의 오른쪽 허벅지를 흉기로 찔렀다. 이를 계기로 두 조직간에 ‘전쟁’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연신내파’ 두목이 심한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모래내파’ 두목 강씨는 현재 경찰에 쫓기고 있다. 강씨가 수배되자 조직원들은 모래내 시장과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래내파’는 사실상 와해됐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의 조폭은 주로 물리적인 힘으로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했으나, 최근에는 그 수법이 지능화해 합법적인 기업을 차려놓고 활동하는 경향이 짙다”며 “요즘 경기가 침체돼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다른 사람의 채권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