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한 장면. 클라라가 섹시한 오피스걸로 출연한다.
결혼 3년 차의 손 아무개 씨(여·29)는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다. 한때 ‘미모의 인테리어 전문가’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으나 결혼과 동시에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8살 차이의 남편은 아내가 일하는 것을 싫어했고 결혼과 동시에 아이가 생기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손 씨는 “주말도 안 가리고 업무 때문에 전화했다며 꼬리치는 어린 후배들을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날 때도 있다. 걔네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이 마음을 알지. 처음엔 남편보다 더 어리고 멋진 남자들도 많은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 안 한 친구들이 유부남이 더 편하다느니 밤일을 잘한다느니 말을 하는 거 아닌가. 만약 직장에서 불륜을 저지르면 가정을 깨더라도 둘 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30대 주부들이 남편의 곁에 맴도는 오피스 레이디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직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는 이 아무개 씨(여·37)는 “남편이 초등학교 교사라 그나마 안심하고 있었는데 남녀사이에 직장이 무엇인가는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 동료교사로부터 남편에게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는 얘길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며 “당장 찾아가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지만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그럴 순 없지 않는가. 고민 끝에 내가 더 멋진 여자가 되기로 하고 복직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 주부들은 대체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혼 19년 차인 김 아무개 씨(여·47)는 “일을 하다보면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생길 수도 있다. 대신 지켜야 할 ‘선’만 안 넘으면 된다.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다보면 남편이 젊은 애들이랑 바람나면 조용히 증거를 모아 이혼 준비를 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이혼이 싫으면 이를 빌미로 재산분할을 요구하든가. 나이가 들면 현실적으로 변하는가 보다”며 웃어넘겼다.
남편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이 아무개 씨(여·57)도 “직장 다니는 남자들은 다 한 번씩은 동료나 후배들과 바람이 나는 것 같다. 나도 몇 번이나 눈치를 챘지만 그때마다 모른 척하고 넘겼다. 참 많이도 울었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을 텐데 그땐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남편 스스로 가정이 최고임을 느끼더라. 젊은 새댁들이 남편의 여자 동료들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왜 모르겠는가. 꼭 우리처럼 살라고 할 순 없지만 여자들도 약간의 이해심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