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박스 안에서 심판이 꺼내는 레드카드가 너무 가혹하다는 논란이 축구계에서 다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맨체스터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맨시티와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열렸다. 맨시티는 바르셀로나와 팽팽한 경기 속에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8분 맨시티의 수비수 데미첼리스가 공간 패스로 골키퍼와 단독찬스를 맞은 리오넬 메시에게 백태클을 걸었고, 맨시티는 데미첼리스의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까지 내주는 바람에 바르셀로나에 0-2로 패했다.
다음날(20일) 열린 아스널과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뮌헨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아스널은 전반 36분 슈체스니 골키퍼가 단독 찬스를 잡은 뮌헨 공격수 로벤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뜨려 퇴장을 당하고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뮌헨의 알라바가 페널티킥을 실축해 실점을 하진 않았지만 한 명이 부족해진 아스널은 뮌헨에게 경기 주도권을 넘겨줬고,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0-2로 패했다.
이에 따라 레드카드 판정을 받은 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판의 판정 하나가 경기를 망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페널티박스 안 레드카드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24일 유로 2016 예선 조추첨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바보같은 규칙 때문에 경기가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라티니 회장은 UEFA 집행위원회가 ‘삼중제재’ 규칙을 완화하는 안을 국제축구평의회(IFAB)에 발의했다고 전했다.
IFAB는 축구의 경기규칙을 개정하는 기구로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축구종가의 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레드카드 규정을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삼중제재’ 논란이 맨시티, 아스널 등 잉글랜드 클럽들의 불이익 때문에 불거진 만큼 종가의 축구협회 대표들이 개정에 찬성 의견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