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일부 유료신문의 무료 전환 움직임과 함께 대형 자본의 공략도 기존 신문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대형 일간지의 무료신문 진출설까지 불거지고 있어 신문시장 판도가 급속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문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을 몰고온 무료일간지는 지난해 5월31일 처음 등장했다. 다국적 신문 <메트로>(사장 남궁호)가 국내 최초로 무료일간지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더데일리포커스>(포커스·사장 이규행)가 창간됐다. <오마이뉴스>의 오프라인 유료신문 <주간오마이뉴스>도 지난달 13일부터 무료로 전환했다.
▲ 출근시간에 지하철역에서 <메트로>를 나눠주는 배포요원. 이런 무료신문들 때문에 가판의 매출이 40% 이상 격감하며 가판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아래).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무료신문은 특히 출근시간대 가판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신문은 수도권 3백40여 개 주요 지하철역에서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출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배포되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측에 따르면 이 시간대 수도권 하루평균 탑승자는 최대 1백50만 명. 결국 출근길 탑승자의 60%가 무료신문을 받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4월 1천5백 명의 지하철 탑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면대면 인터뷰에서도 출근길 신문구독자 중 72.8%가 무료신문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개 스포츠신문을 읽는 사람은 8.8%,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를 보는 비율은 3.7∼5.6%에 불과했다. 또 무료신문 구독자 중 43.3%가 가판에서의 신문구입을 중단했거나 구입빈도를 줄였다고 답했다.
무료신문의 예상을 넘는 약진에 가장 긴장하는 곳은 신문판매에 생계를 걸고 있는 가판업계. 가판업계는 <메트로> 창간 초기 곳곳에서 무료배포를 둘러싸고 배포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판업자들은 <메트로> 등장 이후 가판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적자를 기록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의 한 가판업자는 “아침에 지하철 승객들 열에 예닐곱은 양대 무료신문 중 한 부씩을 들고 간다”면서 “신문이 이렇게 안 팔리면 가판업자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판업자들의 현장 분석에 의하면 <메트로> 등장 이후 가판 매출이 30% 정도 줄었으며, <포커스>가 나온 이후 40∼45%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판업계는 신문판매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무료신문의 무차별적 배포를 꼽았다. 박명호 판매인대책협의회장은 “현재 지하철 가판에 깔리는 일간지는 스포츠지 35만 부에 종합지를 합치면 50만 부 정도”라면서 “그러나 오늘날 <메트로>와 <포커스>를 합친 규모는 기존 일간지의 두 배에 달하는 93만 부를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ABC협회에 따르면 수도권만 봤을 때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종합일간지 부수는 63만 부 정도. 하지만 그동안 종합일간지의 무가지 제공 관행을 감안하면 실제 유효부수는 이보다 적을 공산이 크다.
판매인대책협의회는 그동안 <메트로>, <포커스>측과 무료신문 배포 대행권을 협의회측에 넘겨주는 방안을 골자로 협상을 벌여왔으나 배포방식을 둘러싼 입장차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는 오전 8시30분까지는 신문이 필요한 사람만 가져가도록 하는 무인배포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포커스>와 협상이 결렬되자 판매인대책협의회는지난달 30일부터 인쇄대행사인 <매일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판매거부에 들어갔다. <메트로>는 판매인대책협의회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1일부터 무인배포 시행에 들어간 반면 <포커스>는 “신생업체로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거부했기 때문.
박명호 회장은 “<매일경제>가 인쇄 외주로 돈버는 것은 좋은데, 일선 가판상들이 다 죽게 생겼으니 <포커스>를 설득하는 데 협조해달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가판에서 취급하는 <매일경제>는 하루 5만여 부 정도로 판매비율은 50%라는 게 가판업계 주장이다.
<포커스> 조충연 경영기획실장은 “창간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1년이 지난 <메트로>와 같은 시기에 당장 무인배포로 바꾸라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반면, 최정길 <메트로> 경영기획실장은 “비용측면에서도 무인배포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포커스>가 유인배포를 계속 할 경우 우리만 무인배포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판업계에 이어 전전긍긍하는 쪽은 스포츠신문업체들. 종합일간지에 비해 가판 의존도가 높은 스포츠신문(35∼40%)은 가판시장의 판매량 급감은 곧 매출감소로 직결된다. 또한 스포츠신문은 종합일간지에 비해 전체 매출액에서 판매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종합일간지의 경우 광고 대 판매비율이 평균 8 대 2인데 비해 스포츠신문은 7 대 3 또는 6.5 대 3.5. 가판업계는 스포츠신문의 경우 사별 가판판매율이 많게는 30% 이상까지 격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총판업자는 “무료신문은 서울외곽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출근시간대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조간 가판 구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간스포츠> 판매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5개 스포츠신문 판매국 담당자들이 모여 대책을 의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는 아직 뚜렷한 대응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일선 가판업자들은 “일간지 판매국에서도 수시로 현장조사를 벌이면서 판매율을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종합일간지의 경우 소형 신문사일수록 가판보다 광고시장 잠식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무료신문의 광고매출이 창출되는 만큼 기존 신문의 광고가 잠식되기 때문. 이들 무료신문이 광고노출 효과가 크고, 20∼40대를 주요 독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고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무료신문에 대한 언론계의 평가는 상당히 엇갈린다. 온-오프라인 연계로 차별화된 신문을 선보이겠다던 <포커스>가 <메트로>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 속에는 무분별한 무료신문의 범람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담겨 있다. 무료신문의 약진에 따른 또다른 이면에는 저널리즘과 신문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연구 한림대 언론학부 교수는 “신문의 생명은 신뢰인데 무료일간지는 이익창출을 위해 신문을 만들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의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면서 “인력을 투입하고 집중적인 탐사, 심층보도로 좋은 품질의 신문 만들기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