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경기 고양시 화정지 구의 야경. | ||
지난 IMF 이후 서울 강남 일대의 유명 나이트클럽들 사이에서 불황 타개책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이 이벤트는 고액의 경품을 미끼로 퇴폐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찰의 집중단속을 받고 사라졌던 터.
최근 수도권 일대 유흥가에서 이런 옷벗기 댄스 경연대회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제보를 접하고 취재진은 직접 그 현장을 찾았다. 그곳은 가히 열광과 퇴폐가 어우러진 광란의 도가니였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여성들의 치마 길이는 짧아진다는 속설처럼, 최근 수도권 일부 나이트클럽에서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댄스 경연대회’의 강도 또한 셌다. 특히 취재진이 찾은 화정역 인근의 J 나이트클럽 등은 이미 서울 유흥가 주변에서도 “엄청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자자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새벽 1시30분마다 ‘섹시 댄스대회’를 펼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업소 관계자가 취재진을 제지한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이 관계자는 “이곳에 출입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젊은층이기 때문에 30대는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여러 번의 실랑이 끝에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백여평 남짓한 내부의 분위기는 이미 화려한 조명과 쿵쾅거리는 음악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업소 앞쪽에 마련된 무대에는 젊은 남성과 여성이 어우러져 일찌감치 ‘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잠시 후 새벽 1시반이 되자 사회자가 섹시 댄스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말이 댄스대회이지, 실상은 퇴폐적인 이벤트에 더 가까웠다. 대회 진행은 크게 예선과 본선으로 나눠졌는데, 여성과 남성이 파트너를 이뤄 최대한 섹시한 동작을 연출하는게 예선전 통과의 관건이었다. 10명 정도의 남성과 여성이 예선에 참여했다.
음악이 나오자 한 커플씩 차례로 나와 현란한 춤솜씨를 선보였다. 일부 성미 급한 남성이 옷을 벗으려 하자 “벌써부터 옷을 벗으면 결승 때는 완전히 다 벗어야 한다”는 사회자의 제지가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 본선 진출자가 가려지자 본격적인 ‘퇴폐 춤판’이 벌어졌다. 1등 당선자의 상금은 현금 50만원. 상금에 욕심이 있음인지, 아니면 취기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내부의 욕정을 분출하고 싶은 열망 때문인지는 몰라도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의 노출 수위는 취재진의 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춤을 추면서 하나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캐주얼 차림의 한 남성은 처음에는 점잖은 춤을 선보이다가 돌연 뒤로 돌아 바지를 내렸다. 이어 등장한 여성 참가자도 상황은 마찬가지. 윗옷을 벗어 상반신을 노출하는가 하면, 치마를 걷어 올려 속옷을 보여주는 것은 예사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대 아래의 “시시하다”는 반응이었다. 완전히 다 벗을 것을 요구하는 아우성과 환호가 넘쳐났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남성 임아무개씨는 “지난주에는 한 여성이 아예 팬티마저 벗어던져 음모가 완전히 노출되기도 했는데, 오늘은 좀 별로인 셈”이라고 아쉬워 했다.
20대로 보이는 또다른 한 남성은 “얼마 전에 옷을 모두 벗고 즉석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한 남성 때문에 여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한바탕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 나이트클럽 밖에 ‘섹시댄스’ 대회 홍보를 위해 플래카 드가 내걸려 있다. | ||
무대 앞쪽 좌석은 이미 진풍경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사회자도 이같은 장면이 익숙한 듯 “똑같은 조건이라면 그냥 춤추는 여성보다 바지 벗는 남성이 낫고, 바지 벗는 남성보다 팬티 벗는 여성이 우세하다”며 옷벗기를 부추겼다.
사정이 이렇자 이곳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물좋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는 김아무개씨(26)는 “친구로부터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 하며 왔는데, 실제 보니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일대에서 이와 같은 댄스 경연대회로 유명세를 타는 곳은 화정의 J 나이트클럽 말고도, 인천 P, 수원 H 나이트클럽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댄스 파티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일차적인 미끼는 단연 경품이다. 실제 J 나이트클럽의 경우 현재 1백만원대의 경품을 내걸고 있지만, 일부는 고급양주와 해외여행 상품권은 물론 승용차까지 내걸고 행사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
취재진은 현지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경품만으로 한계를 느낀 일부 업소에서는 최근 퇴폐적 댄스 파티를 이끌어갈 춤꾼을 고용해서 분위기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고객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점잖은 춤으로 일관할 경우, 분위기 반전을 위해 미리 고용된 ‘도우미 춤꾼’이 나와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키고, 여기에 사회자가 흥을 돋우면 뒤에 참가하는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더 과감한 신체 노출 퍼레이드를 펼친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나름대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일부 나이트클럽을 통해 퇴폐적인 댄스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한 상태”라며 “정보가 확보되는 대로 조만간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야간업소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손님 끌기를 위한 각종 기발한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특히 문제가 되는 일부 나이트클럽의 경우 건물 바깥에 플래카드를 내걸었을 뿐 아니라 외부 스피커를 통해 행사 내용을 외부로 내보내기까지 하고 있어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