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오른쪽)의 당협위원장 인선 개입설이 불거지자 김무성 의원이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일요신문 DB
얼마 전 서울시 중구 당협위원장에 탤런트 심은하 씨의 남편으로 유명한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발탁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통상 당협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이 지명한 인사가 선출되는 게 관례였다. 이 지역 위원장이었던 정진석 전 의원은 비주류가 미는 나경원 전 의원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친박 중진들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은 지 전 대변인이 나 전 의원을 막판에 밀어내자 비박은 강하게 불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24일 당 최고위원회가 동작갑 당협위원장으로 손영훈 씨를 임명하자 비박은 들끓기 시작했다. 손 씨가 불과 10일 전인 2월 14일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이기도 하거니와 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 중앙대 동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확산됐던 것이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성태 서울시당위원장은 2월 2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사무총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무자격자에 대한 밀실인선을 철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비박 좌장 격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손 씨 당적을 문제 삼으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손 씨 임명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민주당원 시절 서대문 지역에서 활동해 동작갑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까닭에서다. 오히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동작갑에서 6선을 지냈던 서 의원이 이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대 후배인 손 씨를 밀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의원 역시 서 의원 개입설을 거론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새누리당 의원은 “(서청원 의원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서 의원이 당협위원장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과 서 의원은 7월 14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서 의원의 당협위원장 인선 개입설에 김 의원이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왼쪽부터 김성태 서울시당위원장,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
비박 내부에선 ‘이대로 있다간 당한다’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친박이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당을 장악하기 위해 비박 인사들을 손보려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박을 향한 강도 높은 공격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월 초 김무성 의원 친누나가 이사장으로 있는 용문학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는데, 이를 놓고 비주류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친박에선 오히려 비박이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며 펄쩍 뛴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손을 잡아도 모자랄 판에 비박이 ‘아군’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최근 아프리카 박물관 외국인 노동자 착취의혹 등 친박 핵심 홍문종 사무총장과 관련된 구설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배후에 비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준비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홍 사무총장을 비박계가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친박 내에서조차 홍 사무총장에 대한 비토 기류가 흐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비박의 ‘홍문종 흔들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비박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 문제까지 오르내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박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이 조성한 돈이 캠프로 유입돼 운영자금으로 쓰였는데, 그 출처가 부적절했다는 게 핵심이다. 판도라 상자로 여겨지는 대선자금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사실상 친박과 비박은 전면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권에선 비박이 대선자금 문제까지 거론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향후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등을 치르면서 양측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