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과 정몽준 의원이 2월 16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개막식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하지만 최근 서울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정몽준 의원이‘컨벤션 효과’로 팽팽한 1:1 구도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정치 뉴스에 정몽준 의원은 있지만 박원순 시장은 없다. 정 의원은 야권 기자회견에 묻혔다는 악재 역시 동정론으로 맞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 자리는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서울시장 가상 대결(서울시민 800명 대상, 응답률 27%)에서 정몽준 의원은 45.3% 지지를 얻어 박원순 서울시장(46.5%)과 불과 1.6%포인트(p) 차이가 났다. 같은 날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서울시민 1000명 대상, 응답률 3.5%)에서는 정 의원이 47.7%를 기록하면서 44.7%를 얻은 박 시장을 3%p 앞서나가기도 했다.
특히 한국갤럽은 종종 여론조사 불신의 근거가 되는 응답률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폰과 집전화를 5:5 비율로 조사했는데 그동안 떨어졌던 휴대전화 응답률을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높일 수 있었다”며 “정 의원 출마 선언에 대한 컨벤션 효과가 즉각 나타난 반면 통합신당 이슈가 서울시장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미미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연이어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든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고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전략마저 수정하는 모양새다. 박원순 시장 측 전략가인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정몽준 의원 공식출마 이후 이례적인 두 차례 논평을 통해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에 관해 공부를 좀 하라”, “정몽준 의원은 7선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이 15개에 불과하다”며 공세를 통한 견제에 나섰다.
차기 원내대표 출마에서 경기지사로 방향을 튼 남경필 의원 역시 파죽지세다. 야권에서는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여론조사 상 당내 경선 통과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5일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남경필 의원은 김상곤 경기교육감과의 양자대결에서 35.1% 대 22.8%로 12.3%p 앞섰다(응답률 14.9%). 남 의원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선 9.8%p, 원혜영 의원과는 15.2%p까지 격차를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중진차출론이 유효했음을 방증한 셈이다.
왼쪽부터 남경필 의원, 유정복 전 안행부 장관.
공희준 정치평론가는 “최근 여론조사는 정치 이슈에 대응하는 보수층의 반응 속도가 진보 진영 못지않게 빨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데 앞으로 누가 먼저 그 의존에서 벗어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여권에서는 누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집권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느냐, 통합신당 측은 대선분풀이로까지 보이는 지금의 행태를 벗고 정권심판론에 관한 구체적인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숨어있는 중도층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수도권과 함께 충청권 역시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공략한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소속 충남 안희정, 충북 이시종 지사에 맞서 충남지사 후보로는 정진석 전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고 충북지사에는 산업자원부 장관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두 여권 후보들은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여의도연구원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현역 도지사에 뒤지는 상황이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서 윤진식 의원은 44.4%를 얻어 44.9%인 이시종 충북지사와 초박빙 양상을 나타냈고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43.1%)은 안희정 충남지사(47.2%)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밀렸다.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충청권 인사를 내세울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영남권 친박계인 정갑윤유기준 두 의원과 충청권 이완구 의원 가운데서 정리되는 분위기”라며 “엄밀히 말해 이완구 의원은 친박도 친이도 아니다. 다른 의미로 주류나 비주류 모두 거부감이 없는 원내대표다. 충청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VIP(박근혜 대통령) 생각을 대리할 만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공희준 정치평론가는 “과거 선거에서 충청도는 3자 구도(여1:야2)로 가도 야권이 크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야권 주자들이 선명하게 경쟁하고 연대하면서 이념적 투표 성향이 흐릿해지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일찍부터 여야 1:1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충청권에서 이념적 투표 성향이 뚜렷해질 수 있다”며 “통합신당 창당은 8회나 9회에 터졌어야 할 만루홈런이 1회에 터진 것이다. 상대편 입장에서는 역전할 기회가 충분하면서도 경기 내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여지가 충분하다. 야권은 이번 통합이 지키는 선거가 되게 만들었다”라고 분석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